조희연 "교육 불평등 심화…능력 있다면 가난한 학생도 리더 될수 있어야"

서울의 유일한 국제고등학교인 서울국제고가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한 사회통합전형 선발 인원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8학년도 신입생 선발 시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한 사회통합전형 선발 인원을 현재의 정원의 20%(30명)에서 30%(45)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서울국제고는 서울 시내에서는 유일한 국제고등학교로, 글로벌 리더 육성을 목표로 2008년 개교한 공립 특수목적고교다.

서울교육청은 2018학년도 사회통합전형 확대에 따른 학교운영 상황을 검토한 뒤 2022년까지 서울국제고의 사회통합전형 선발 인원을 단계적으로 50%(75명)까지 늘린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경제적 취약계층의 학생들에게 제도적 차원에서 특목고 수준의 고품질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게 교육청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서울국제고의 일반전형 비중은 현재의 80%(120명)에서 2018학년도 105명(70%), 2020학년도 90명(60%), 2022학년도 75명(50%)로 점차 축소될 예정이다.

이 학교는 확대되는 사회통합전형 정원 중 일정 인원을 '서울지역 기회균등전형'을 통해 선발하기로 했다.

서울의 25개 자치구 별로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 중에서 인원을 배정한 뒤 우수한 학업능력을 갖춘 인재를 추천을 받아 뽑는 방식이다.

2018학년도에는 정원의 30%인 45명을 사회통합전형으로 선발하는데, 이 중 25명을 자치구별로 추천을 받아 1명씩 선발한다.

사회통합전형 정원이 75명으로 확대되는 2022학년도에는 이 전형을 통해 자치구별로 2명씩 총 50명을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사회통합전형 정원 중 '서울지역 기회균등전형' 외의 인원은 현행 방식으로 저소득층과 사회다양성전형(다자녀·한부모 가정 등)을 혼합해 선발한다.

교육청은 서울국제고에 입학한 저소득층 학생이 학업에 전념하도록 서울의 자치구와 환경재단 등과 협력해 1인당 월 30만원 가량의 생활장학금 등 다양한 장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한편, 많은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이 학교의 특화된 교육과정을 학생들이 잘 따라가도록 돕는 장치들도 마련키로 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기자회견에서 "부모세대의 소득격차가 자녀세대의 교육격차로 이어지는 등 교육기회의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며 "능력이 있다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저소득층 학생들도 사회적 리더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서울국제고의 일반전형이 축소돼 중산층 이상 계층의 학생이 '역차별'을 받을 소지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일반전형 학생들의 입학 기회 축소에 따른 불만 발생이 예상된다"며 "정책 효과성을 검증한 뒤 2022학년도에 50% 확대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이는 차기 교육감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조 교육감은 "2008년 영국 이튼스쿨도 저소득층 학생에 최대 40%까지 문호를 개방하고 이들을 위해 5천만 파운드의 장학금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서구에서는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약자 우대정책이 시행되고 있다"며 이번 조치를 "정의로운 차등"이라고 주장했다.

교육청은 서울국제고 외에 외국어고나 과학고 등 다른 특목고의 사회통합전형을 확대하는 방안은 현재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