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보톡스 시술' 허용 대법원 판결 이후 다시 대립각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간 진료영역 다툼이 '보톡스 시술'에 이어 '피부 레이저 시술'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피부와 구강에 대한 학문적 차이가 분명한데도 치과의사가 진료영역 확장에만 너무 치중하고 있다며 먼저 포문을 열었다.

24일 의사협회는 서울성모병원에서 '치과 진료영역에 주름살 시술을 포함한 대법원 판결의 의미와 사회적 파장 논의를 위한 토론회'를 열고 치과의사협회의 행보를 정면 비판했다.

양 단체 간 감정은 지난달 대법원이 "치과의사가 보톡스 시술을 해도 위법이 아니다"라는 요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격해지기 시작했다.

치과의사협회는 대법원 판결 이후 '치과 진료영역 수호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피부 흉터를 제거하는 데 주로 사용되는 프락셀 레이저 등 진료영역 확대에 더욱 힘을 쏟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김원석 성균관대 의대 피부과 교수는 "신체장기로써 구강과 피부는 분명히 다른 역할을 하고 실제 대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과정이 다르므로 치과의사가 피부 레이저 시술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외상을 치료하거나 피부 절개와 봉합을 위해 필요한 외과적 지식 정도는 두 분야에 공통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얼굴에 레이저를 시술하는 것은 미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 인위적으로 침습을 가하는 것이므로 이때 요구되는 피부 관련 지식은 훨씬 수준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피부 관련 지식을 갖지 않은 일부 치과의사들이 무분별하게 얼굴에 각종 레이저 치료를 시도하고 있어 국민 건강에 크게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피부 자체의 성질이 매우 약하므로 아토피피부염, 주사, 건선, 백반증, 지루피부염, 과민성 피부증후군 등을 치료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잘못된 레이저 시술을 받을 경우 오히려 피부에 심한 흉터가 남을 수도 있고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김 교수는 "외과적 지식 외에 다양한 피부 질환과 피부 성질에 대한 지식이 갖고 있어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적절한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 소비자의 진료선택 가능성 확장과 진료 부작용 등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비용 중 무엇이 더욱 중요한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찬우 대한피부과의사회 기획정책이사는 "일부 치과에서는 쌍꺼풀 수술을 비롯해 코 성형수술, 여드름 치료, 피부 레이저 치료, 몸매 교정, 모발이식술을 시행한다는 광고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시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이사는 "만약 치과의사협회 주장대로 피부과 진료까지 허용할 경우, 치과의사들이 본래 전념해야 할 치과 진료는 소홀히 한 채 비전문적인 영역에 치중함으로써 의료 체계의 왜곡현상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이강운 치과의사협회 법제이사는 "진료영역을 과잉 확대하거나 침범하려는 생각이 없으므로 치과의사협회와 의사협회가 감정싸움을 벌일 이유도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이 법제이사는 "지난달 나온 보톡스 시술 관련 대법원 판결 사례처럼 현행법에서 허용하는 범주 안에서 얼굴과 관련된 치과의사의 진료권을 정당하게 보장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k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