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727명 동시다발 식중독 증세…"급조·기존 대책 짜깁기 수준" 비판도

폭염 속에 연달아 일선 학교에서 집단 식중독 급식사고가 발생하자정부가 24일부터 학교 급식소를 점검하기로 하는 등 확산 방지 대책을 내놨다.

교육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3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식중독 예방 조치와 확산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에 따르면 22일 하루에만 서울과 경북, 부산, 대구의 고등학교 5곳에서 727명이 학교 급식을 먹은 뒤 식중독 의심증세를 보였다.

신속검사 결과 이들에게서는 모두 병원성 대장균이 검출됐다.

식중독 원인에는 여러 가능성이 있지만 전국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식중독이 발생한 점을 고려할 때 식자재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식자재 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다.

식약처는 우선 지방 식품의약품안전청과 교육청,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학교 급식소와 식재료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29일부터 하려던 개학철 합동점검을 24일로 앞당기기로 했다.

폭염으로 용수의 질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고려해 지하수를 쓰는 김치 제조가공업체와 농산물 전(前)처리업체에 대해서는 지하수를 중점 검사할 계획이다.

식중독 발생 때는 통상 검사에 1∼2일이 걸리지만 간이 신속검사차량을 이용해 4시간 이내에 원인체를 밝혀내는 등 신속검사체계도 가동하기로 했다.

이밖에 전국 학교와 식재료 납품현황을 연계해 식중독이 발생했을 때 해당 학교에 납품된 식재료를 공급받은 다른 학교에도 통보하는 시스템을 가동해 확산을 조기에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차원에서는 이달 중으로 모든 학교에서 자체 위생·안전관리 점검을 할 계획이며 학부모의 식재료 검수 참여도 강화하기로 했다.

학교 단위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170여명 규모로 학부모 모니터단을 구성해 식재료와 검수, 조리과정 등 급식 전반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할 예정이다.

식약처는 지금과 같이 폭염이 장기화하는 시기에는 집단급식 메뉴에서 식중독 발생 우려가 큰 음식을 제외하고 볶음김치 등 익힌 음식을 반찬으로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학교의 경우 학교장 책임으로 급식시설·설비의 청소, 살균, 소독을 매일 하고 급식 관계자인 영양사, 조리사, 조리원이 발열과 설사 등의 증세를 보이면 조리 등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등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날 내놓은 대책 대부분이 급조됐거나 기존에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을 짜깁기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학부모 모니터링단 구성 등은 이날 정부 부패척결추진단이 발표한 학교 급식 개선 방안에 이미 포함된 내용으로 식중독 확산 방지와는 거리가 멀다.

학부모 모니터링단은 이미 시도 교육청별로 활동 중이다.

볶음 김치 등 익힌 음식을 반찬으로 제공하라는 대책 역시 식중독 예방을 위한 상식적인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

또 교육부의 '폭염 대응 종합대책'에 폭염이 계속될 경우 학교 급수와 급식의 위생관리를 강화해 식중독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 만큼 개학 전 사전에 철저히 대비했더라면 집단 식중독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 부패척결추진단이 발표한 학교급식 개선 대책 역시 비리업체 등에 대한 강력한 처벌 없이 학교급식 전용 사이트 개발, 검수 애플리케이션 개발, 학부모 모니터링 강화 등 이미 발표된 곁가지식 대책만 모아놨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정부의 대책에 대해 "정부와 시·도교육청 등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에 대한 책임 및 관리 감독 개선 없이 학교에 대한 감독 강화 중심으로만 개선 대책을 내놓은 것은 근원적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