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인사청문회…김태호 후보자 도철→메트로 '자리 바꾸기' 질타

김태호 서울메트로 사장 후보자가 23일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서울시 고위 공무원의 권유를 받고 지원했다"고 말해 시의원이 강하게 질타하는 등 논란을 빚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박호근(더불어민주당·강동4) 의원의 관련 질문에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을 하고 있다가 서울메트로 사장 자리가 비었다고 그리 가겠다고 생각하는 기관장은 없다"며 "시 교통 관련 고위 공무원에게 (지원하라는 권유의) 말을 듣고 이것이 가능한 일인지 고민도 많이 했다.

오죽했으면 나에게 그런 요구를 했을까 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답했다.

서울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으로 재직하던 김 후보자는 현직 사장 신분으로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사장 공모에 지원해 무성한 뒷말을 낳은 바 있다.

이를 두고 박호근 의원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 후보자가 누군가가 지원하라고 해서 지원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그러면서 "나도 황당하고, 생각지 않았던 일이라 '고민할 시간을 달라, 여러 가지 생각할 것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며 "아는 지인이나 간부에게 조심스럽게 개인적으로 상의도 했다"고 덧붙였다.

또 "서울도시철공사는 내 마음에 편하게 일할 수 있겠다는 상태가 됐는데, 편안함만 추구하면서 서울시나 서울메트로의 어려움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었다"며 "(지원) 서류를 한 번 내고, 나보다 나은 분이 있다면 그분이 되고, 내게 기회가 온다면 그 어려움을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응모 마지막 날 서류를 냈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이 같은 대답이 부적절하다며 잇따라 지적했다.

유동균(더불어민주당·마포3) 의원은 "서울시 교통 공무원이 사장 공모에 응하라고까지 했겠느냐. 마치 그런 언질을 받고 공모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굉장히 문제"라며 "적임자가 자신밖에 없으니까 나보고 응모하라고 해서 한 것처럼 말하면 곤란하다"고 따졌다.

김 후보자는 이 같은 비판에 대해 "나보다 훌륭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되게 하고, 그렇지 않으면 (서울메트로 사장) 공백 사태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인사청문회에서는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으로 있던 김 후보자가 서울메트로 사장으로 '자리 바꾸기'를 하는 과정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우형찬(더불어민주당·양천3) 의원은 "박원순 시장이 세운 원칙이 특혜의 퇴출인데, 이 자리에서 특혜와 특권이 자행되고 있다"며 "나머지 사장 후보자 20여명은 철도전문가였는데, 김 후보자는 '누군가 응모하라고 해서 했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박호근 의원은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 임기를 마치고, 그때 자연스럽게 서울메트로 사장 자리가 났다면 됐을 텐데, 임기가 1년 남았는데도 자리를 옮겼다"며 "특별한 이유가 있었느냐"고 물었다.

김 후보자는 "민간에서는 A 공장에 문제가 있다면 B 공장장을 보내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공공기관에서는 내가 응모하면 다른 기관이 비게 돼 또 다른 공모를 해야 하는 데 왜 고민이 없었겠느냐"면서도 "다른 곳에 가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서울시민을 위해, 지하철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면 내가 야단을 맞는 일이라 할지라도 나름대로 의미는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어려운 시간을 많이 가졌다"고 답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ts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