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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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을의 전령사'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지만 이또한 폭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조수원 충북대 식물의학과(곤충학전공) 교수는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보통 이맘때면 귀뚜라미의 나오기 시작하는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부화한 개체 수가 늘고, 울음의 간격이 짧아져 상대적으로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크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귀뚜라미 말고는 여치나 베짱이처럼 변온동물에 속한 곤충들은 비슷한 습성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변온동물인 귀뚜라미는 주변 온도에 민감하다. 귀뚜라미는 땅속에서 알로 월동한 뒤 8∼10월께 성충으로 부화해 정원이나 초원 등지에서 생활한다.

땅속 온도가 높으면 생육이 빨라져 부화 시기가 앞당겨지기도 한다. 요즘 부쩍 귀뚜라미 소기가 많이 들려오는 것도 폭염이 지속한 탓이다.

귀뚜라미 수컷은 암컷을 유인하거나 경쟁자를 물리칠 때 큰 소리로 운다. 양쪽 날개끼리 비벼 소리를 낸다.

특히 날개를 펼쳐 치켜세워 소리가 멀리 퍼져나가도록 한다. 이때 귀뚜라미의 근육이 수축하게 되는데 이런 신체활동은 온도가 높을수록 반응이 빨라진다.

즉 기온이 높으면 울음소리의 간격이 빨라지고, 기온이 떨어지면 간격이 점점 길어지는 것이다.

무더위 속에서 귀뚜라미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은 바로 울음소리의 간격이 그만큼 짧기 때문이다.

다만 엄밀히 따지면 덥다고 귀뚜라미 소리가 크다고 할 수는 없다. 귀뚜라미는 24도를 전후했을 때 짝짓기를 가장 왕성하게 한다.

결국 초가을 귀뚜라미 소리가 가장 크다는 얘기다. 따라서 요즘의 귀뚜라미 소리는 크다기보다는 활기 차다고 표현하는 게 적절하다.

귀뚜라미의 이런 습성을 이용하면 대략적인 주변의 온도도 추정할 수 있다. 미국의 아모스 돌베어란 학자는 1897년 '아메리칸 내처럴리스트'란 학술지에 '온도계 구실을 하는 귀뚜라미'란 논문을 발표했다.

귀뚜라미가 14초 동안 우는 횟수에 40을 더하면 화씨온도가 나온다는 것인데 이를 '돌베어 법칙'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14초 동안 귀뚜라미가 35회 울었다면 화씨온도는 75도가 되고, 이를 섭씨온도로 환산하면 24도 정도가 된다.

이런 연유로 옛날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귀뚜라미 소리를 바탕으로 주변 온도를 알아냈고, '귀뚜라미는 가난한 사람의 온도계'라는 미국 속담도 있다고 한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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