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당국 "실외기 주기적으로 점검·청소해야"

전국에 연일 폭염특보가 내리는 유례없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에어컨으로 인한 화재가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14일 오후 2시 30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건물 지하 1층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에서 불이 났다.

실외기 주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본 업주 A씨는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

불은 10여 분 만에 자체 진화돼 다친 사람은 없었다.

소방당국은 에어컨 실외기 하부의 압축기가 과열되면서 주변 가연물에 불이 옮겨 붙어 화재가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9일 오후 4시 경남 통영시의 고층아파트 1층 B씨 집 내부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B씨의 가족 등 주민 7명은 놀라 대피했고, B씨와 아파트 관계자들이 재빨리 화재를 진압해 다행히 불은 번지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장시간 에어컨 사용에 따른 모터 과열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올여름 폭염이 맹위를 떨치면서 에어컨으로 인한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23일 국민안전처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에어컨으로 인한 화재 발생 건수는 126건으로,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재산피해는 5억 3천여만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3년 118건, 2014년 104건, 지난해 120건 등 최근 3년 연간 에어컨 화재 건수를 뛰어넘은 수치다.

매년 9∼10월에 발생하는 에어컨 화재가 20건 가까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에어컨 화재 건수는 150건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에어컨 화재가 잦아진 이유 중 하나로는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한 유례없는 무더위가 꼽힌다.

2008년 폭염특보제 도입 후 처음으로 지난 11일 섬을 제외한 전국 전체에 폭염특보가 발효,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지속했다.

이 때문에 예년보다 에어컨을 자주, 혹은 장시간 작동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실제로 올해 냉방수요 증가로 인해 전력사용량이 급증, 지난달 25일 여름철 전력수요로는 사상 처음으로 8천만㎾를 돌파하는 등 여러 차례 기록이 경신됐다.

소방당국은 아직 무더위가 가시지 않은 만큼, 에어컨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할 때 먼 거리를 잇기 위해 전선을 꼬아서 연결하는 경우가 많다"며 "장시간 사용 시 전선 이음부 부분 과열로 인한 화재가 일어날 수 있으니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외기는 뜨거운 열기가 외부로 배출될 수 있도록 하고, 그 주변에는 가연물을 두지 말아야 한다"며 "또 실외기에 쌓인 먼지 등을 수시로 청소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k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