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말미암은 것으로 보이는 C형 간염 집단감염 사태가 또 터지자 병원 이용을 피할 수 없는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음압 병실 설치, 병문안 문화 개선 등 다양한 대책을 쏟아냈지만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금지'와 같은 감염병 예방의 기본 수칙에 구멍이 뚫리며 후진국형 의료현장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 100원도 안 하는 주사기를 왜…상식 밖 의료행위에 불안 가중
22일 질병관리본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의 서울현대의원(현재 JS의원)은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의심기관으로 신고돼 역학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11년부터 2012년까지 해당 의원을 방문한 전체 내원자를 대상으로 C형간염 및 혈액 매개감염(B형간염, HIV 감염, 매독 등) 검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 기간 이 의원을 방문한 환자는 모두 1만1천306명에 이른다.

C형 간염 집단감염 사태는 작년과 올해에 걸쳐 벌써 세 번째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을 이용한 환자 가운데 96명이 C형간염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으며 올해 초 강원도 원주시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도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해 435명이 C형 간염 항체 양성으로 나타났다.

C형 간염 항체 양성이란 과거에 C형 간염에 걸린 적이 있거나 현재 감염 중인 상태를 뜻한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100원도 하지 않는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이 C형 간염 집단감염 사태의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C형 간염은 일상생활에서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고 주사기 공동사용, 수혈, 혈액투석 등 혈액을 매개로 전파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서울 동작구의 해당 의원도 신경차단술, 통증치료, 급성통증 완화 TPI주사(통증유발점주사) 등의 시술을 위해 각종 주사제를 혼합하는 과정에서 주사기를 재사용한 것으로 보건당국은 의심하고 있다.

최근 경영이 어려워진 동네 병·의원을 중심으로 '비타민 주사', '미백 주사' 등 질병 치료가 목적이 아닌 다양한 수액 주사 등을 처방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주사제 처방이 빈번한 한국의 의료 문화도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주사기로 인한 감염 위험성은 점차 커지는데 여전히 혈액 감염 관리에 무지한 의료현장의 현실 때문에 후진국형 의료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 "허술한 감염 관리 바로잡겠다"…강도 높은 대책 효과 있을까
보건당국도 이런 지적을 의식하고 감염 관리와 관련한 강도 높은 대책을 쏟아냈지만, 정책의 효과는 아직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C형 간염은 B형 간염과 달리 백신이 없고 혈액안전관리와 성관계 시 콘돔을 사용하는 등 혈액전파경로 차단이 주요 예방 방법이다.

하지만 과거에 얼마나 많은 의료기관이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않기'와 같은 혈액 감염 관리 수칙을 제대로 지켰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쉽지 않다.

서울현대의원도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의심기관으로 보건당국에 신고가 들어와 역학조사를 시행한 사례다.

복지부는 의료기관 내 C형 간염 전파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3월 일회용 주사기 등 의료용품을 재사용해 보건위생상 중대한 위해를 입힌 의료인의 경우 면허를 취소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의료인 면허관리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아울러 현재 표본감시 대상인 C형 간염을 전수감시 대상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 중이다.

전수감시를 한다면 개별 감염 사례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 조기에 집단감염을 발견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C형간염의 조기발견 중요성을 인식한 일본, 캐나다, 미국, 호주 등 대부분 선진국은 C형 간염을 전수감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sujin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