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학교(총장 지병문)가 교수채용과정에서 잇딴 잡음으로 대학구성원들의 반발을 사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21일 전남대에 따르면 지난달 실시한 제56회 교수공채에서 수의대 수의외과, 의대 해부학교실, 예술대 미술학과, 자연대 해양학과 등지에서 공채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1순위자들이 총장면접에서 줄줄이 탈락했다.

수의외과에서는 3명이 지원해 이중 A모씨가 공개강의와 전공문답세미나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전공심사 1순위자로 결정됐다. 하지만 총장면접에서 뚜렷한 이유없이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또 4명이 지원한 의대 해부학교실에도 B모씨도 ‘모집분야 전공성과 일치하고 연구업적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아 1순위자가 됐지만 ‘연구경력이 대학요구에 부합하지 않는다’, ‘전공적합도가 부적절하다’는 모호한 이유로 총장면접에서 탈락했다. 총장면접에는 총장과 부총장 교무처장 연구처장 학장 등 총장이 임명한 보직교수들과 교수 평의원회 소속교수 2명 등 7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나 모두 비전공자들이다. 이 때문에 해부학교실 모 교수는 “2~3분만의 짧은 면접을 통해 비전공자들인 보직교수들이 전공적합도가 부적절하다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전남대 교수라는 신분이 부끄럽다”며 해부학교실 주임교수직 등에서 사퇴하기도 했다.

또 수의대의 경우 1순위자 탈락이후 학장이 교수회의을 열어 2순위자 채용을 시도하려다 일부 교수들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특히 수의대는 수의내과 등 최근 3차례의 교수채용에서 1순위자가 모두 탈락하면서 일부 교수들 사이에서는 ‘학장과 총장간의 커넥션’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수의대 모교수는 “1순위자 탈락은 대학 스스로가 엄격하고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는 공채심사과정의 무용론을 인정하는 꼴이자 총장의 지나친 월권”이라며 “뚜렷한 이유없이 탈락한 1순위자들에겐 일종의 인격살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불과 4개월여가 남은 총장의 임기말에 교수채용을 둘러싼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줄줄이 발생하는 데엔 부정의 개입소지가 있다”며 “사법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대 이비인후과 사회대 정치외교학과 예술대 음악학과 등지의 교수들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이번 공채과정이 일부교수들의 독단으로 이뤄져 정외과의 경우 교수채용 회의록이 조작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연구윤리에 심각한 문제점을 보인 응모자가 최종 합격자로 뽑히는 등 공정하고 객관적 기준이 없이 치러진 공채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 교수들은 교수공채과정의 불공정한 심사과정에 항의해 대학본부측에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대해 대학본부 관계자는 “일부 단과대에서 주장하는 공채과정의 불공정성에 대해 조사했으나 근거없는 걸로 결론을 내린 상태”라며 “총장면접과정은 문제제기가 많은 만큼 향후 정량적 평가 등의 개선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