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부산 해운대에서 추돌 사고가 발생한 시내버스 내부는 사고 직전까지 평온을 유지하다 운전기사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19일 경찰이 확보한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문제의 39번 시내버스는 이날 오전 10시 45분 해운대구 우동 수비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었다.

버스 앞 출입구 방향 첫 좌석에 앉아있던 한 여성이 운전기사 정모(47)씨와 대화를 나눈 직후 정씨는 하품을 하기 시작한다.

운전대 위에 몸을 눕힌 정씨는 오전 10시 45분 56초를 전후로 운전석 왼쪽으로 갑자기 쓰러진다.

쓰러진 정씨가 브레이크에서 발을 뗀 탓인지 버스는 출발하고 놀란 승객들이 운전석 옆으로 달려와 정씨를 잡아당기고 가슴을 치며 소리를 지른다.

승객들의 비명 속에 버스는 그대로 달리고 정씨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버스는 신호를 받고 좌회전하던 레미콘의 후미를 친 뒤 투싼 승용차와 추돌하지만, 블랙박스 속 정씨는 여전히 운전석 옆으로 쓰러져있다.

정씨는 버스가 신호등을 들이받고서야 의식이 돌아온 것인지 운전석에 몸을 겨우 가누고 앉아 좌우를 두리번거린다.

정씨가 착용하고 있던 검은색 뿔테 안경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있다.

윤모(74·여)씨 등 승객 7명은 신호등과의 충돌로 몸이 앞으로 크게 쏠렸다가 뒤로 밀려나며 무릎 등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정씨는 경찰에서 당시 사고 경위에 대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정씨의 음주 운전 여부를 검사했지만 음성 반응이 나와 채혈하지 않았다.

10년 이상의 버스운전 경력이 있는 정씨는 사고 이후 자발적으로 병원에 찾아가 건강검진 등의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며 "운전자가 지병이나 투약하는 약물은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pitbul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