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 건조해 불 붙으면 크게 번져…벌초·성묘 앞두고 소방당국 '비상'

산불은 대개 가을에서 이듬해 봄 사이 발생한다.

강수량이 적은 시기여서 건조하기 쉽고, 불에 잘 타는 낙엽 등이 수북이 쌓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숲이 우거지는 여름 산은 불이 잘 붙지 않는다.

습도가 높고,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낙엽도 축축해 위험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올해는 가뭄 탓에 때아닌 여름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폭염 속 진화작업을 하는 소방관들도 죽을 맛이다.

소방당국은 벌초와 성묘 등 입산객이 늘어나는 추석을 전후해 산불 발생에 주의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지난 18일 낮 12시 22분 충북 영동군 황간면 회포리 야산에 불이 났다.

한 주민이 조상 묘에서 깎은 수풀을 말려 태우다가 인근 산으로 번진 것이다.

불은 묘지 3곳 등 50㎡를 태우고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10여분 만에 진화됐다.

하루 전인 17일 오후 4시 15분께 영동군 심천면 약목리에서 복숭아 봉지를 벗겨 태우던 농민의 부주의로 불이 났다.

불은 크게 번지지 않고 밭둑 일부만 태웠지만, 진화에 나선 소방관들이 불볕더위 속에 진땀을 흘렸다.

지난 14일 오전 11시 15분께는 전남 화순군 한천면에서 소방관들이 벌집을 제거하던 중 불길이 산으로 옮겨 붙였다.

가뭄으로 바싹 마른 수풀이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이다.

불은 산불 진화 헬기까지 출동해 2시간 동안 진화작업을 벌인 끝에 가까스로 진화됐다.

영동소방서 이재천 예방안전과장은 "한 달 넘게 비가 내리지 않은 곳이 많아 산림이 매우 건조한 상태"라며 "산불 위험이 높은 만큼 벌초할 때 깎은 수풀 등을 현장에서 태우지 말고 안전한 곳으로 옮겨서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bgi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