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쌀 '대풍' 전망에 남아도는 쌀 판로 걱정 커져

"작년 같은 풍년이 예상되는데 오히려 올해가 가장 힘든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올해 20만㎡가량의 벼농사를 짓고 있는 경기도 평택시 현덕면 인광1리 이종한(50) 이장의 말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렸지만 올해도 가을 기상 상황만 좋다면 이례적인 대풍이었던 지난해 수준에 육박하는 풍년이 예상된다.

농민들은 즐거워할 듯한데 수확기를 앞두고 오히려 걱정이 커지고 있다.

아직도 지난해 생산한 쌀 재고가 넘치는데 올해 또 대풍이 들면 쌀값 하락은 물론 판로조차 찾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종한 이장은 "수확기에 접어든 일부 극조생종 벼는 폭염으로 지난해보다 다소 수확량이 적은 것 같다"며 "하지만 도내 80%를 차지하는 중만생종 벼는 앞으로 태풍이 없고 날씨만 좋으면 대풍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이장은 "대풍이면 뭐하나.

팔 곳도 없을 텐데, 걱정이다.

생산한 쌀을 집에서 다 먹을 수도 없고…"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도 농업기술원이 최근 조사한 벼 작황조사 자료를 보면 평균 초장(벼의 키)은 114.0㎝로 지난해 107.8㎝, 평년 103.5㎝보다 길었다.

이삭 당 낱알수도 92.0개로, 지난해 83.7개, 평년 85.3개보다 많았다.

역시 ㎡당 낱알수도 지난해 3만6천757개보다 많은 3만7천457개로 조사됐다.

다만, 포기당 가지는 지난해 18.5개, 평년 16.8개보다 다소 적은 16.6개로 조사됐다.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통상 포기당 가짓수가 적으면 이삭 당 낱알 수가 늘어난다"며 "지금부터 태풍이 없고 기상만 좋다면 등숙률(낱알이 영그는 비율)이 높아져 올해도 대풍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도내에서는 8만2천70㏊ 논에서 42만680t의 쌀이 생산됐다.

논 면적이 줄면서 2014년에 비해 총 생산량은 6천t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풍년 여부를 가름하는 10a당 생산량은 513㎏으로, 2014년의 493㎏보다 4.1% 늘었다.

올해도 논 면적이 지난해보다 3천㏊가량 감소하면서 전체 생산량은 다소 감소하겠지만, 10a당 생산량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가운데 현재 도내에서는 지난해 생산한 쌀 5만8천여t(정부비축 양곡 8만6천t 제외)이 남아 있다.

농민들은 이 쌀들의 조기 소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9월 중순부터 올 햅쌀이 본격적으로 나오면 가격 하락은 물론 판로 개척이 극히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인광1리 이종한 이장은 "논농사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갈수록 걱정이 태산이다"며 "정부에서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대북 쌀 지원 재개, 쌀 수입량 감축, 쌀 가공식품 개발 및 권장 등 대책 마련을 정부에 요구했다.

경기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농민들은 기본적으로 누구나 대풍을 기원한다.

흉년이 들길 원하는 사람은 없다"며 "하지만 요즘 농민들은 풍년이어도, 흉년이어도 이래저래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수원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kw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