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20명 출동하자 "거짓말인데" 자백…즉결심판 회부

한달 34번 신고 악성민원인도 즉심…"골든타임 놓치면 내 가족이 피해 경각심 가져야"

"시장 횟집 수족관 안에 여자가 죽어 있습니다."

14일 오전 1시께 울산지방경찰청 112상황실로 충격적인 내용의 신고가 들어왔다.

쉽게 믿기지 않는 신고내용이지만,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울산경찰은 긴급출동 명령을 뜻하는 '코드제로'를 발령하고, 경찰관들을 급파했다.

신고자가 지목한 남구 신정시장 횟집에 도착한 경찰은 그러나 수상한 수족관은커녕 신고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

코드제로 사건은 신고자와 대면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기에 신고자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

시장 일대를 수색하던 경찰은 약 300m 떨어진 곳에서 신고자 김모(50)씨를 발견했다.

만취 상태로 경찰관에게 횡설수설 말을 거는 점이 수상해 휴대전화를 확인, 최초 신고자임을 확인했다.

김씨는 당황한 기색조차 없이 허위신고를 했다고 자백했다.

"열 받아서 그랬다"는 황당한 이유가 뒤따랐다.

김씨의 거짓말 때문에 당시 지구대 경찰관과 형사 등 20명에 가까운 인원이 현장에 집결했고, 순찰차 3대와 구급차 1대 등도 동원됐다.

남부경찰서는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김씨를 즉결심판에 회부한다고 통보한 뒤 김씨를 귀가시켰다.

술에 취하거나 화가 난다는 이유로 112나 119에 허위신고를 하는 사례는 언제나 있었지만, 도를 넘는 수준의 거짓말로 형사처분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남부서는 16일 오전 11시 30분부터 17일 오전 2시 30분까지 약 15시간 동안 112에 9건이나 허위신고를 한 박모(48)씨도 즉결심판에 회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주로 음식점에서 나오는 손님을 지목하며 "음주운전을 했다"고 허위신고를 하거나, 때로는 "차량 주차로 통행이 불편하다"는 식의 불평을 하며 112를 찾았다.

그는 7월 17일부터 한 달 동안 34차례나 112에 전화해 허위신고 등을 했다.

경찰은 허위신고에 대한 수차례 경고에도 박씨가 거짓말을 반복해 즉심에 넘겼다고 설명했다.

앞서 울산에서는 남의 음식점에 앙심을 품고 불이 났다고 허위신고를 해 영업을 방해한 40대 남성이 구속됐고, 빌린 돈을 갚으라는 독촉을 받자 "강도를 당해 돈을 빼앗겼다"고 허위신고한 20대 남성이 불구속 입건된 사건도 있었다.

허위로 범죄나 재해를 신고하면 6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과료에 처할 수 있다.

허위신고 정도가 심하거나 상습적인 경우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해 5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경찰 관계자는 "허위신고로 치안력이 낭비되면 정작 긴급한 상황에 직면한 내 가족이나 이웃이 '골든타임'을 놓쳐 피해를 볼 수 있다"면서 "거짓이나 장난 신고에 형사처분뿐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hk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