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양형 참작 사유 충분히 고려한 판결"

정운호(51·구속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현직 부장판사가 네이처리퍼블릭과 관련된 항소심 사건에서 편의를 봐준 의혹에 대해 소속 지방법원이 해명에 나섰다.

인천지법은 김모 부장판사가 지난해 맡은 네이처리퍼블릭과 관련된 항소심 사건 3건을 분석한 결과 "모두 양형 참작 사유를 충분히 고려한 판결이었고 불공정한 판결로는 볼 수 없다"고 17일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과 11월 네이처리퍼블릭이 피해자인 항소심 사건 3건을 맡아 판결을 선고했다.

관련 사건은 모두 가짜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을 만들어 유통한 혐의(상표법 위반 등)로 기소된 피고인들의 판결이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당시 인기 제품이던 '수딩 앤 모이스처 알로에베라 92% 수딩젤'(이하 수딩젤) 위조 제품이 국내외에서 대량 유통돼 큰 피해를 봤다.

일부 언론은 정 전 대표로부터 고가 외제차를 사실상 공짜로 받은 의혹을 받는 김 부장판사가 네이처리퍼블릭이 바라는 판결을 해 준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언론은 김 부장판사가 3건의 재판 중 피고인 3명에게 집행유예가 내려진 1심 판결을 파기하고 형을 높여 실형을 선고한 점을 근거로 피해자인 네이처리퍼블릭의 입장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인천지법은 3건의 판결 중 논란이 된 지난해 11월 사건의 경우 피해 보상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뚜렷한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인 3명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실형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정 전 대표와 친분이 있는 김 부장판사가 네이처리퍼블릭 관련 사건을 맡고도 소속 법원에 재배당 요구를 하지 않은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형사소송법은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 해당 사건을 맡지 않는 기피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천지법 관계자는 "해당 부장판사가 속한 재판부는 지적재산권 사건을 전담하는 항소심 재판부"라며 "전담 사건은 보통 재배당하지 않지만 법관이 공정한 재판을 하기에 곤란하다고 판단하면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로부터 고가 외제차 중고차를 사실상 공짜로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정 전 대표와 베트남 여행을 함께 다녀오는 등 매우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2013년에는 김 부장판사의 딸이 정 전 대표가 후원하는 미인대회에서 1등을 차지해 정 전 대표가 뒤에서 힘을 써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