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엄청난 처벌과 비난 받아 마땅한 사건…살인 인정돼야"

지난해 8월 서울 은평구 구파발 군·경 합동검문소에서 의무경찰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경찰관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경찰관을 살인죄가 아닌 과실치사죄로 처벌하도록 판결한 1심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정선재 부장판사) 심리로 17일 열린 박모(55) 경위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젊은 나이인 피해자를 권총으로 살해하고도 변명으로 일관해 잘못을 뉘우치는지 매우 의심스럽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또 "숨지기 직전 피해자는 엄청난 고통을 느꼈을 것이며 유족들도 박 경위에게 엄벌을 내려달라고 탄원한다"며 "법의 엄정함을 깨닫게 하도록 중형을 선고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박 경위는 "고인(피해자)의 부모와 유족께 무슨 말로도 위로할 수 없겠지만 이토록 살아있는 것이 부끄러울 줄 몰랐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다만 "고인을 쏠 이유가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 하나만 믿어달라"며 고의가 없었다는 뜻을 내비쳤다.

검찰과 박 경위 측 변호인은 1심과 마찬가지로 고의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박 경위가 실탄이 약실에 들어있는지 확인했는지를 두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여러 차례 진술이 뒤집힌 점 등을 들어 고의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은 "박 경위가 약실에 장전돼 있던 공포탄과 실탄을 헷갈렸을 가능성이 있고 피해자에게 실탄을 쏠 아무 이유가 없었다"고 맞섰다.

숨진 박모 수경(당시 상경)의 어머니는 이날 재판에서 박 경위에게 고의성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고의든 실수든 다시는 반복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고, 엄청난 처벌과 비난을 받아야 마땅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박 수경의 가족들은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다가 끝내 눈물을 흘렸다.

재판이 끝나자 "(박 수경을) 살려내라"며 오열했다.

앞서 박 경위는 지난해 8월25일 자신이 근무하던 구파발검문호 생활관에서 38구경 권총 총구를 박 수경에게 향한 채 방아쇠를 당겼다가 발사된 총탄에 박 수경이 가슴 부위를 맞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박 경위는 수사와 재판에서 "방아쇠를 당길 때 탄창 위치가 탄약이 장전되지 않은 칸이었다고 믿어 실탄은 물론 공포탄도 발사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장난을 치다 우발적으로 벌어진 사고라고 주장했다.

1심은 박 경위에게 고의성이 있었다고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고 살인죄를 유죄로 인정하지 않는 대신 검찰이 예비적으로 적용한 중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했다.

박 경위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달 2일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