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마을어장 소라·육상양식장 광어 소량 폐사
제주도 비상대책반 가동, 행동요령 3단계 발령


제주 해역에 20년 만에 최악의 저염분수가 유입돼 마을어장과 육상양식장에 비상이 걸렸다.

저염분수란 대량의 담수와 합쳐져 염분농도가 낮아진 바닷물을 말한다.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은 지난 13일 서부지역에 있는 한경면 두모리와 고산리,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리, 안덕면 사계리와 송악산 등 5곳의 해안에 저염분수가 유입된 것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원 직원들이 직접 조사한 이들 해안의 수온과 염분농도는 각각 28.1∼29.5도, 26.3∼27.6psu(practical salinity unit)다.

psu는 바닷물 1㎏에 들어 있는 염류(염화나트륨, 염화마그네슘, 황산마그네슘, 황산칼슘, 황산칼륨)의 총 무게를 말한다.

이날 도 어업지도선 영주호가 한경면 고산리 차귀도 서쪽 22㎞ 지점에서 발견한 저염분 수괴(물 덩어리)의 수온과 염분농도는 각각 31도, 25psu였다.

15일에는 차귀도 서쪽 22∼44㎞ 해역에서 수온 31도, 염분농도 23psu의 거대한 저염분수 덩어리가 발견됐다.

제주 해역의 보통 여름철 수온은 27∼28도이고, 염분농도 28∼30psu다.

이번 저염분수의 최고 수온은 평상시보다 3도 이상 높고, 최저 염분농도는 평상시보다 2psu 가량 떨어졌다.

연구원은 곧바로 비상대책 상황반을 구성해 운영하며 마을어장과 육상양식장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저염분수가 발견된 다음 날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와 대정읍 동일리,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등 3개 마을어장에서 해녀와 공동으로 수중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동일리 마을어장에서 약 3㎏의 죽은 소라가 나왔다.

이들 소라는 이미 부패해 악취가 나는 상태였다.

모슬포수협은 15일 해녀 11명을 동원해 이 마을어장의 소라들을 수온이 낮은 깊은 바다로 이동시켰다.

15일에는 모슬포수협 관내 대정읍 일과1리와 하모리, 상모리 어촌계 해녀들이 직접 바다에 들어가 조사했다.

일과1리와 하모리 마을어장에서 소량의 소라가 폐사된 것을 확인했다.

일과1리와 하모리 마을어장의 소라도 깊은 바다로 이동시키도록 했다.

연구원도 같은 날 한경면 두모리와 한림읍 금능리, 애월읍 고내리에서 수중 조사를 했으나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

13일부터 15일까지 서부지역 마을어장의 수온은 최고 31.3도를 기록했다.

염분농도는 최저 26.2psu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서부지역 육상양식장의 수온과 염분농도는 해수를 끌어들이는 취수구의 수심과 길이에 따라 각각 19.8∼29도, 26.9∼32psu를 기록했다.

수온이 높고 염분농도가 낮은 2개 양식장에서 광어 폐사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복 및 홍해삼 양식장의 수온과 염분농도는 24.2∼29.9도, 26.5∼29.8psu를 기록했으나 현재까지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전복은 저염분수에 아주 취약하므로 수시로 염분농도를 확인해 26psu 이하의 저염분 상태가 3일 이상 지속하면 정상적인 염분농도를 보이는 인근 양식장으로 전복을 이동시킬 계획이다.

연구원의 박용석 자원생태연구담당은 "마을어장의 소라가 폐사한 것은 저염분수의 유입으로 인한 것으로 보이며, 광어 폐사는 고수온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원이 저염분수를 체계적으로 조사한 1997년 이후 이처럼 수온이 높고 염분농도가 낮은 저염분수가 유입된 것은 처음"이라며 "올해는 태풍도 발생하지 않고 있어서 앞으로 한 달 정도는 저염분수의 유입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도는 저염분수 유입 시 단계별 행동요령 3단계를 발령했다.

다이버나 해녀 조사로 수산생물의 생육상태가 악화한 것으로 판단되면 행정시와 지구별 수협이나 어촌계가 수산생물을 포획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단계다.

양식생물의 생육상태가 악화하면 행정시와 양식수협이 출하하거나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제주 해역에 들어오는 저염분수는 중국 양쯔강에서 흘러나온 대량의 담수와 합쳐진 바닷물이다.

양쯔강 담수와 합쳐진 바닷물은 원래의 해수보다 상대적으로 밀도가 낮으므로 수면에서 수심 10m 깊이까지 분포한다.

이처럼 원래의 해수 위에 떠 있는 염분도 28psu 이하의 거대한 물 덩어리를 저염분수라고 부른다.

양쯔강 담수로 생긴 저염분수가 제주까지 흘러오는 것은 필리핀 쪽에서 올라와 일본 남해를 지나는 구로시오 난류의 영향이다.

구로시오 난류의 지류인 쓰시마난류와 황해난류를 따라 제주도 남부 해역과 서부 해역을 지나간다.

이 과정에서 마을어장까지 저염분수가 들어오면 소라, 전복 등과 같이 이동성이 떨어지는 저서생물의 삼투압 조절 능력에 영향을 줘 폐사하게 한다.

수온이 올라가면 미생물의 유기물 분해 능력을 높여 산소를 더욱 빠르게 소모하게 함으로써 산소 포화도가 떨어진다.

양식 어류는 산소 부족으로 폐사하게 된다.

제주에서는 1996년 저염분수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19∼25psu의 저염분수가 도내 마을어장(714㏊) 수심 5m 이내까지 유입돼 소라와 전복 등 수산생물 약 184t이 폐사했다.

피해 규모는 59억원에 달했다.

2003년과 2004년, 2010년에도 제주 마을어장에 28psu 이하의 저염분수가 유입돼 2단계 행동요령이 발령됐으나 큰 피해 없이 자동으로 소멸했다.

2011년에는 제주도 서쪽 약 20㎞ 해역에 28.9psu 이하의 저염분수 출현이 예상됐으나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피해 없이 소멸했다.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kh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