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윤영일 의원…"전국 경로당 평균 미설치율 12.7%"
"중앙정부가 에어컨 설치 지원해야"

연일 폭염이 계속되면서 온열 질환에 취약한 노인들이 모이는 경로당에 중앙정부가 나서 에어컨을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에어컨이 아예 설치되지 않은 경로당이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여전히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영일(해남·완도·진도) 의원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올해 7월 31일 기준 전국 경로당 6만5천194곳 가운데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은 곳은 8천300곳으로 12.7%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강원·충북·전북·전남·경북의 경로당 에어컨 미설치율이 높았다.

강원은 경로당 3천557곳 가운데 1천139곳(32.0%), 충북은 4천54곳 중 1천234곳(30.4%), 전북은 6천567곳 중 1천971곳(30.0%), 전남은 8천861곳 중 1천311곳(14.8%), 경북은 7천849곳 가운데 996곳(12.7%)에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았다.

반면 인천(경로당 1천444곳)·울산(774곳)·세종(436곳)·제주(417곳)는 모든 경로당에 에어컨이 있고 경기(9천261곳)·서울(3천346곳)·부산(2천230곳)·대전(800곳)·대구(1천442곳)·광주(1천297곳)는 에어컨 미설치율이 2.0∼5.2%에 그쳤다.

온열 질환에 취약한 노인들에게 경로당은 '피난처'다.

특히 대형마트나 은행, 공공기관 등 냉방이 잘 이뤄지는 시설이 도시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농어촌 지역에서는 경로당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지만, 경로당 에어컨 설치율은 농어촌이 오히려 낮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가 경로당 에어컨 설치를 직접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에어컨 미설치율이 높은 곳이 대체로 재정자립도가 낮은 농어촌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로당 운영·관리사업이 2005년 지방이양사업으로 선정되고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지자체가 수행해야 하는 '보조금 지급 제외사업'으로 규정되면서 국비 지원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작년에도 보건복지부는 올해 예산안에 경로당 냉난방비와 양곡비 지원을 명목으로 300여억원을 책정해달라고 기획재정부에 요청했지만, 기재부는 보조금법 시행령을 들어 이를 거부했다.

결국, 올해 경로당 냉난방·양곡비 국고지원은 국회가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부대의견으로 예산에 반영해 이뤄졌으며 이런 일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윤 의원은 "농어촌 지역은 경로당이 '폭염재난 쉼터' 역할을 한다"면서 "정부는 경로당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보조금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한편, 내년도 예산안에 경로당 에어컨 설치예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jylee2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