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월 기승, 휴가철·농번기 '주의'…폭염에 지난해보다 30% 증가

올여름 역대 가장 무더웠던 1994년 이후 '최악의 폭염'을 기록하면서 무더위에 왕성히 활동하는 '살인진드기'(작은소참진드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7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올해 살인진드기를 통해 옮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에 걸린 환자 수는 41명으로 지난해보다 30% 증가했다.

올해 감염자 수가 급격히 는 것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살인진드기의 활동이 왕성해졌기 때문이다.

살인진드기를 통해 옮는 SFTS가 처음 확인된 2013년 36명(17명 사망)이 감염된 이후 2014년 55명(16명 사망), 2015년 79명(21명 사망), 올해 8월 기준 41명으로 매년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실제 지난달 27일 전북 무주에서 농민 A(62)씨가 밭일을 한 뒤 발열과 혈소판 감소 증세 등을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지난 6월 14일에도 충남 공주에서 대나무 벌목을 하던 B(66)씨가 진드기에 물려 감염됐다.

'대프리카'로 불릴 정도로 무더운 대구에서는 올해 환자 41명 중 가장 많은 10명이 발생했다.

특히 '아웃도어'를 즐기는 캠핑족과 산악자전거 마니아 등 야외활동 인구가 늘면서 진드기와 사람의 접촉 기회가 많아져 증가 추세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치사율이 30%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인 살인진드기 바이러스는 현재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서 농번기나 휴가철 노약자와 어린이의 야외활동이 많은 시기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살인진드기 전문가인 이회선(56) 전북대 새물환경화학과 교수는 "올해 폭염이 지속하면서 표본을 채취하러 현장에 나가면 지난해보다 1.5배 정도 많은 살인진드기가 잡힌다"며 "살인진드기는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치사율이 높다.

2013년에는 치사율이 40%를 넘어섰고, 그 뒤로 조금씩 떨어지고 있지만 2013년 이후 30%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살인진드기는 주로 천변이나 강가 등 물이 있는 곳에 서식하고 흡혈할 수 있는 가축이 많은 축사 주변에 서식한다"며 "농민과 피서를 위해 강변이나 캠핑장을 찾은 피서객들은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살인진드기 바이러스를 예방하려면 몇 가지 주의사항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7∼10월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는 살인진드기는 주로 풀숲이나 강가, 축사 주변(10㎞ 이내) 등 번식과 흡혈하기 좋은 곳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진드기 주요 서식지에서 야외활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또 농사일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위험 장소를 가게 된다면 긴 소매 옷을 입어 진드기가 피부에 달라붙지 못하게 막고, 야외활동 후에는 반드시 샤워해야 한다.

살인진드기 바이러스의 주요 증상은 38도 이상의 고열, 구토, 설사가 있고, 심할 경우 경련이 나거나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특히 감기와 증상이 유사하기 때문에 고열 등이 장기간 지속하면 병원을 STFS를 의심해 봐야 한다.

기형민 질병관리본부 전북도 역학조사관은 "야외활동 이후 SFTS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고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조기에 발견하기만 한다면 치사율을 많이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매년 살인진드기에 물리는 사람이 늘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회선 교수는 "살인진드기가 무서운 점은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 초기에 진단하기가 어렵고, 아직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치료제나 백신 개발이 임상시험을 거치는 등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2, 3년 안에 개발이 가능한 방충제를 병행 개발해 살인진드기 개체 수를 줄이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chin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