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수도권 부장판사에 차량 무상제공 의혹…檢, 계좌추적
'구명로비' 금품 챙긴 성형외과 의사 구속


검찰이 정운호(51·구속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현직 판사 사이에 금품이 오간 정황을 포착하면서 법원을 상대로 한 정 전 대표의 로비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1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수도권 지방법원 소속 김모 부장판사와 정 전 대표가 지난해 고가의 중고차를 거래하는 과정에서 '금품 로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을 잡고 수사하고 있다.

정 전 대표는 본인 소유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레인지로버 중고차를 김 부장판사에게 5천만원에 매각했다.

김 부장판사는 정상적인 중고차 매매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정 전 대표가 차량 매각대금을 김 부장판사에게 돌려준 정황을 최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정 전 대표가 로비 목적으로 차량을 무상 제공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와 베트남 여행을 함께 다녀온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를 두고 김 부장판사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정 전 대표와 다녀온 통상적인 여행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정 전 대표 명의로 발행한 100만원권 수표 5∼6장이 김 부장판사 측 가족계좌로 유입된 단서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원장 이모씨가 연루돼 있다.

그는 수표 5∼6장을 김 부장판사 측에 건넨 인물로 조사돼 있다.

김 부장판사는 이 돈이 이씨로부터 받은 부의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평소 법원 쪽에 인맥을 구축한 이씨는 정 전 대표로부터 재판 관련 청탁 명목으로 1억원 가까이를 챙긴 혐의가 드러나 이날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박평수 판사는 "범죄사실의 소명이 있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이씨는 정 전 대표의 법조 브로커로 활동한 이민희(56·구속기소)씨와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몇몇 판사들과 교분을 쌓은 이씨는 법원 쪽으로, 이민희 씨는 검찰·경찰 쪽으로 각각 역할을 분담해 정 전 대표의 구명 로비를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씨가 구속됨에 따라 검찰이 정 전 대표의 법원 상대 로비 의혹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뒤따른다.

우선 김 부장판사의 소환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소환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검찰은 이씨를 상대로 실제 김 부장판사 등을 접촉했는지, 또 다른 판사 등을 상대로 한 로비가 있었는지, 정 전 대표 측에게서 받은 거액의 금품이 어디에 쓰였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수사 초반에 불거진 로비 의혹들의 진위가 밝혀질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올해 5월 서울중앙지법에 근무하던 임모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 사건과 관련해 사표를 냈다.

브로커 이민희씨와 작년 말 고급 일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임 부장판사는 "언론 보도로 사법 신뢰가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한 데 대해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부정한 청탁을 받아 어떠한 비위행위를 한 사실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투자사기로 수감된 이숨투자자문 실질대표 송창수씨의 재판 과정에서도 법관을 상대로 한 금품 로비가 있었는지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송씨는 이숨투자자문 투자 사기 사건으로 올해 4월 1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이 사건 전에 저지른 '인베스트 투자 사기'로 2013년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지만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서 피해 회복을 인정받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당시 송씨의 항소심 변론을 부장판사 출신인 최유정(46·구속기소) 변호사가 맡으면서 송씨가 최 변호사를 동원해 법원에 금품 로비를 벌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안희 이보배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