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다니는 이 대리(30)는 1주일에 한 번씩 꼭 페이스북에 꽃 사진을 올린다. 매주 토요일마다 ‘꽃꽂이 강좌’를 들으며 직접 다듬고 꾸민 꽃다발, 꽃병 등이다. 올초 친구 결혼식 때 부케를 만들어주려고 꽃집을 찾은 것이 이젠 취미생활이 됐다. 이 대리는 “싱그럽고 예쁜 꽃을 보고 만지면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며 “비용이 부담이지만 1주일간 일에 시달린 내게 이 정도 선물은 해줘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 이 대리처럼 꽃에 ‘꽂힌’ 젊은 직장인이 많다. 꽃다발, 꽃병은 기본이고 꽃상자, 화관 등 꽃을 이용해 다양한 실내장식물도 만든다. 꽃집에서 꽃꽂이를 배우려면 3~4회에 기본 25만~30만원은 내야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꽃꽂이 열풍이라 부를 만하다.

2년째 꽃꽂이에 푹 빠져 있다는 박 대리(31)는 “꽃꽂이를 하면 세 가지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맨 처음 꽃을 보고 향기를 맡았을 때다. 꽃이 자신의 손을 거쳐 장식품으로 바뀌었을 때가 두 번째, 완성된 꽃꽂이를 사진으로 찍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했을 때의 감동이 세 번째다. 박 대리는 “이 중에서도 처음 꽃을 접할 때의 감동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비용 부담을 줄이는 갖가지 방법도 공유한다. 꽃과 꽃병, 꽃가위, 꽃칼만 준비하면 비싼 강좌를 듣지 않아도 꽃꽂이를 해볼 수 있다. 박 대리는 꽃 다듬는 법이 나와 있는 ‘플라워북’을 참고하며 꽃꽂이를 즐긴다. 그는 양재동 꽃시장 같은 도매시장에서 싱싱한 꽃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고 추천했다. 아침 일찍 갈수록 예쁜 꽃을 싸게 ‘득템(아이템을 얻음)’할 기회도 많다고 그는 조언했다. 물론 어떤 종류의 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비용은 더 커진다. 한 송이에 만원이 훌쩍 넘는 꽃도 있다.

직접 꽃을 사러 다니기 어려워 ‘꽃 정기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직장인도 많다. 요즘 꽃집은 2주에 한 번씩 꽃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꽃 종류에 따라 회당 1만3000~3만원을 미리 결제하면 원하는 날짜에 보내준다. 김 대리(30)는 “배송받은 꽃을 꽃병에 꽂으며 피로를 잊는다”고 말했다.

금방 시드는 꽃이 보기 싫다며 꽃을 말려 보관하는 ‘드라이 플라워’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꽃의 물기를 제거하고 줄기를 손질한 다음 거꾸로 매달아 꽃이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 드라이 플라워에 좋아하는 향수를 뿌려두면 은은한 향이 지속돼 방향제를 따로 살 필요가 없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