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째 조류경보, 누런 거품 낀 녹조 찌꺼기서 악취 풍겨
회남 수역 남조류 상승…일조량·수온 높아 장기화 조짐

기록적인 폭염 속에 충청권 주민 식수원인 대청호 녹조(綠潮)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조류경보가 2주째 이어지면서 호수 곳곳에는 누런 거품을 동반한 녹조 찌꺼기가 떠다니고 퀴퀴한 냄새까지 풍긴다.

녹조는 식물 플랑크톤의 일종인 남조류 과다 증식으로 발생한다.

먹잇감인 질소·인 등 영양염류가 풍부해지고, 일조량이 많아지고 수온이 오를 때 남조류는 필요 이상으로 번성하면서 악취를 일으킨다.

물고기 폐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 8일 측정한 대청호 주요 수역의 남조류 세포 수는 회남 8천598개/㎖, 문의 5천282개/㎖, 추동 372개/㎖로 1주일 전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다.

추동 수역 남조류가 7천470개/㎖에서 2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수온 상승 등 서식 환경이 좋아진 점을 고려하면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문의 수역 남조류도 1주 전(7천724개/㎖)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회남 수역은 1주일 새 3천10개/㎖가 늘면서 조류경보 강화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증식한 남조류가 수면을 초록빛으로 뒤덮으면서 이들 수역은 얼핏 봐 거대한 잔디밭을 연상케 할 정도다.

물 흐름이 둔한 호수 가장자리에는 누런 녹조 찌꺼기가 떠밀려 다니면서 역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올해 새로 도입된 조류예보제는 남조류가 2주 연속 1천개/㎎를 넘어설 경우 '관심단계', 1만개/㎎ 이상이면 '경계단계', 100만개/㎎ 이상이면 '대발생'을 발령한다.

대청호 전역에는 지난 3일 올해 첫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예년보다 많은 장맛비로 오염물질이 대량 유입된 상태에서 폭염이 이어져 조류 번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태풍 등으로 많은 비가 오거나 수온이 내려가지 않으면 당분간 조류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청호에는 1998년 조류예보제 도입 뒤 1999년과 2014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주의보나 경보가 이어졌다.

지난해는 7월 27일 회남 수역서 처음 주의보가 발령된 뒤 11월 9일까지 54일 동안 추동·문의 수역 등에서 주의보가 반복됐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올해는 일조량과 수온이 크게 올라 녹조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녹조가 악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대청호를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대전시와 청주시 수돗물 수질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조류 차단막을 설치하고, 물속의 용존산소량을 늘리기 위해 수중 폭기시설 40여 개를 가동하는 한편, 정수장 측은 냄새를 제거하는 분말활성탄을 투입하는 등 녹조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매주 1차례 하던 수질검사를 2차례로 늘리고, 검사항목도 대폭 확대했다.

청주시 상수도사업소 관계자는 "취수장인 문의 수역의 녹조 상황이 개선되지 않아 수질관리를 강화한 상태"라며 "녹조가 확산하면 황토살포 등 직접적인 저감 대책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도 녹조 확산에 대비해 비상대책반을 설치하고 조류제거선 투입 등을 준비하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bgi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