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근거 없는 말…수목 관리 위해 가지치기는 필수"

"풍성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도 전에 가지가 너무 많이 잘려, 몽당연필처럼 예쁘지도 않고 국민에게 사랑을 받지도 못합니다. "

"적절한 가지자르기와 솎아주기를 해야 나무가 제대로 자라고 예쁜 꽃을 피웁니다."

광복절을 앞두고 산림청이 12일부터 세종시 호수공원 등지에서 '제26회 나라꽃 무궁화 전국축제'를 여는 등 무궁화 사랑 분위기 조성에 나서는 가운데 무궁화의 가지치기를 둘러싼 논란이 새삼 제기된다.

산림청이 무궁화 나무의 관리 차원에서 적절한 가지치기와 솎아주기를 하도록 권장하는 반면, 일부 시민 사이에서 지나치게 잘려나간 무궁화의 모습이 볼품없어 결국 국민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한국의 나라꽃인 무궁화의 번성을 막기 위해 '무궁화는 잘라줘야 좋다'는 속설을 퍼뜨렸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평소 무궁화에 관심이 많다는 시민 최동원(64) 씨는 "애국가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구절이 나오는 것처럼 무궁화는 나라의 꽃"이라며 "하지만 우리 주위에서 무궁화 나무는 찾아보기가 어렵고 그나마 있는 것도 싹둑싹둑 잘려 몽당연필 모양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씨는 "이렇게 된 것은 일제의 흉계가 큰 원인이라는 얘기를 어린 시절 주위 어른들에게서 들었다"며 "일제가 한국의 나라 꽃인 무궁화를 모두 뽑아 버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한국인의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까 봐 이러 저러한 이유를 들며 '무궁화는 잘라줘야 좋다'고 감언이설을 퍼뜨렸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흉계가 속설로 굳어져 지금까지 내려오면서, 무궁화가 제대로 자라고 꽃피우기도 전에 무참히 잘려 몽당연필처럼 예쁘지 못한 모습으로 사랑을 받지 못한다"며 "일제의 이런 행태는 존엄한 창경궁 대궐 안에 동물원을 만들어 놓고 창경원이라고 하며 대궐의 이미지를 흐리고, 조선의 정기를 막기 위해 남산에 말뚝을 박은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산림청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문헌이나 기록에 남아 있는 근거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무궁화는 나무이지만 나무 자체를 감상하려는 것이 아니라 꽃을 보는 것이 목적인 만큼 꽃이 크고 많이 달리도록 하려면 가지치기가 필요하다는 기술적 판단에서 가지치기를 권장한다는 것이다.

산림청이 지난해 배포한 '나라꽃 무궁화 식재 및 관리지침' 책자에는 "무궁화는 다 자라면 꼭지눈의 우세성이 약해져 그대로 두면 주 줄기가 뚜렷하게 발달하지 못해 수형이 전체적으로 반원형 또는 장타원형으로 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그러므로 적절한 가지자르기와 솎아주기를 해 몸통이 막히는 것을 해소하고 원하는 수형으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기술돼 있다.

이에 따라 매년 또는 격년으로 전년생 가지의 2분의 1 이하를 잘라주거나 고사한 가지를 제거하는 '약 전정', 전년생 가지를 10∼15㎝(보통 눈이 3∼5개 남도록) 남기고 자르는 '중 전정'을 해 주고, 10년생 이상 자란 나무는 3∼5년에 한 번씩 2년생 이상 굵은 가지를 강하게 잘라주는 '강 전정'을 하도록 조언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일부 민원인들은 '나라꽃에 왜 가위질을 하느냐'고 항의하기도 하지만 가지치기는 나무를 키우는 기법상 필요한 것"이라며 "잘못된 가지치기 사례도 있지만, 무궁화에 가지치기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하면 곤란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무궁화를 가까이서 보면 부스럼이 난다는 헛소문을 일제가 퍼뜨리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는 등 무궁화와 관련한 속설이 적지 않지만 대부분 근거가 없다"며 "무궁화를 볼품없이 만들기 위해 일제가 가지치기를 유도했다는 주장도 문헌상 기록이 전혀 없는 만큼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y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