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1년 됐지만…정부서 외면받는 순국선열 후손들
일제에 항거한 순국선열의 독립운동으로 광복을 맞은 지 올해로 71주년이 됐지만 순국선열에 대한 예우 및 후손에 대한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순국선열 후손으로 구성된 순국선열유족회가 정부 지원금을 받는 법정 보훈단체로 지정받지 못해 후손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단체 두 곳으로 쪼개진 독립유공자 단체를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순국선열은 국권침탈 전후부터 광복 전날인 1945년 8월14일까지 국내외에서 독립을 위해 일제에 항거하다가 순국한 인물을 뜻한다.

애국지사는 같은 기간 일제에 항거한 공로를 인정받아 건국훈장 건국포장 또는 대통령 표창을 받은 인물이다. 예를 들어 광복 이전에 순국한 유관순 열사, 윤봉길 의사는 순국선열이며 광복 이후 세상을 떠난 백범 김구 선생과 이승만 전 대통령은 애국지사다.

순국선열 후손으로 구성된 단체는 순국선열유족회이고, 애국지사 및 그 후손이 중심이 된 단체는 광복회다. 순국선열유족회는 1959년 비영리법인으로 설립됐으나 6년 뒤인 1965년 광복회에 통합됐다. 생존한 애국지사 및 그 후손에게 지원이 집중되는 것에 반발해 순국선열 후손들은 광복회를 탈퇴했으며 1981년 순국선열유족회(유족회)를 설립했다.

광복회가 정부 지원 속에 독립유공자 추모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는 것과 대조적으로 유족회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낸 회비를 통해 어렵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광복회와 달리 유족회는 법정 보훈단체로 지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법정 보훈단체는 광복회를 비롯해 대한민국상이군경회,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 월남전참전자회 등 아홉 곳이다. 법정 보훈단체로 지정되면 조직 운영비를 정부 예산에서 지원받으며, 각종 사업 추진비도 받는다.

김시명 유족회장은 “월간지 ‘순국’ 발행 수익과 회원들의 회비를 통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순국선열 후손은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어렵게 생계를 잇고 있다”고 말했다.

보훈처에 따르면 향후 50년 지급 기준으로 애국지사 후손이 평균 2억2300만원의 보훈급여금을 받는 데 비해 순국선열 후손은 14.3%에 불과한 3200만원을 받는다. 법정 보훈단체로 지정되려면 소관 부처가 국가보훈처로 이관돼야 하는데 유족회는 행정자치부 소관 단체로 지정돼 있다.

유족회는 2006년부터 소관 부처를 보훈처로 옮겨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보훈처가 애국지사 후손이 중심이 된 광복회의 반발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복회는 단체 회원으로 애국지사뿐 아니라 순국선열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유족회가 광복회로 편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복회 관계자는 “순국선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보상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정부 지원을 받는 광복회로 독립유공자단체가 통일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족회는 단체 통합은 불가능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 회장은 “국가보훈기본법 18조에 따르면 ‘정부는 희생과 공헌의 정도에 상응하는 예우 및 지원을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에 대한 예우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