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살인더위’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상청은 이번 주말까지 폭염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광복절 연휴를 맞아 야외활동을 계획하고 있다면 더위 관련 질환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무더위 때문에 인체가 손상을 입어 생기는 질환은 열사병, 열탈진, 열실신, 열경련, 열부종 등이 있다. 무더위에 걸리기 쉬운 각종 더위 관련 질환과 증상, 대처법 등을 알아봤다.
가마솥 더위에 열사병 속출…그늘로 옮겨 찬물로 체온 낮춰야
체온 조절 기능 마비되면 열사병

열사병은 고온의 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되거나 더운 환경에서 작업이나 운동을 했을 때 체내 열이 제대로 발산되지 않아 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40도 이상의 심부체온, 중추신경계 기능 이상, 땀이 나지 않는 무한증이 주요 증상이다. 발작, 혼수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가마솥 더위에 열사병 속출…그늘로 옮겨 찬물로 체온 낮춰야
높은 온도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뇌 시상 하부에 있는 인체 체온 유지 중추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열사병으로 진행된다. 우리 몸은 더위를 느끼면 시상하부 온도 조절 장치가 작동해 땀을 내고 피부 모세혈관을 확장시키고 호흡량을 늘려 열을 몸 밖으로 빼낸다. 이 기능이 작동하지 않으면 중추신경 근육 간 신장 등이 영향을 받는다. 중심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뇌 손상 위험이 높아진다.

노인이나 만성질환자가 주로 걸리기 쉽다. 고령, 알코올 중독, 정신과 약 복용, 이뇨제 사용,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치매, 만성폐쇄성 폐질환 등에 해당하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열사병 환자를 방치하면 여러 장기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즉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환자는 빨리 그늘로 옮기고 옷은 벗겨야 한다. 찬물이나 얼음물에 몸을 담가 체온을 낮춰야 한다.

열사병보다 정도가 심하지 않은 일사병, 열탈진도 자주 발생한다. 더운 날씨에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작업을 할 때 탈수와 피부혈관 확장으로 생긴다. 중심체온은 38.3~40도 정도이고 중추신경계 이상인 경련이나 의식장애 등은 보이지 않는다. 피로 기력저하 어지럼증 두통 구토 근육경련 등이 대표적 증상이다. 열사병과 달리 땀을 심하게 흘리는 것이 특징이다. 환자가 생기면 서늘한 곳으로 옮긴 뒤 안정을 취하게 하고 물을 마시도록 해야 한다. 증상이 심하면 의료기관을 찾아 수액정맥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

열경련엔 전해질 보충해줘야

폭염에 노출되면 피부 혈관이 확장해 저혈압, 뇌 산소 부족 등이 나타나 갑자기 쓰러지거나 현기증을 호소할 수 있다. 열실신 증상이다. 땀을 흘리는 등의 심한 작업을 한 뒤 2시간 안에 일어날 수 있다. 의식을 잃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의식을 잃기 전에는 어지럼증, 구역질, 발한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피부가 차고 습하며 맥박은 약한 것이 특징이다. 노인이나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사람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더운 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서 있을 때, 오래 앉아있다가 일어날 때 현기증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열실신 환자는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수액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의식이 있다면 찬물을 먹이는 것이 좋다. 대부분 누워서 휴식을 취하면 회복된다. 열실신이 아니라 심장마비 등으로 쓰러진 환자일 가능성도 있다. 숨을 쉬는지 확인하고 심장과 폐가 제 기능을 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격렬한 활동을 한 뒤 휴식이나 샤워 도중 종아리, 허벅지, 어깨, 배 근육 등에 근육 경련과 통증이 있다면 열경련 위험이 높다. 운동 등으로 땀을 많이 흘렸는데도 전해질이 들어 있지 않은 물만 마셨을 때 저나트륨증으로 인한 열경련이 생길 수 있다. 김병성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단순히 물만 마시면 증상이 나아지지 않기 때문에 염분이 든 전해질 용액을 마시거나 생리 식염수 정맥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열 때문에 피부 혈관이 확장되면 손발이 붓는 열부종이 생길 수 있다. 열부종은 그대로 두면 저절로 좋아진다. 증상이 심하면 압박스타킹을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뇨제를 복용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조경환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폭염특보 등 기상예보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탈수 예방을 위해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며 “시원한 물로 목욕이나 샤워를 하고 헐렁하고 밝은 색깔의 옷을 입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더운 시간에는 활동을 중지하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늦은밤 먹는 수박, 수면장애 원인

열대야 때문에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도 많다. 열대야는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것을 말한다. 밤 기온이 올라가고 습도가 높으면 선풍기나 부채로 더위를 이기기가 쉽지 않다. 잠을 잘 자려면 빛이 줄고 체온이 낮아져야 한다. 여름에는 낮이 길고 기온이 높다.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환경이 된다. 날이 덥다고 늦은 저녁 수박을 먹거나 음료, 맥주 등을 마시면 소변이 마려워 깊은 잠을 자기 어렵다. 늦은 밤 올림픽 경기를 시청하는 것도 숙면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숙면을 위해서는 침실 온도와 습도를 적당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숙면에 적당한 온도는 18~22도 안팎이다. 여름철에는 이 온도를 유지하려고 에어컨을 틀다보면 다소 춥게 느껴질 수 있다. 여름에는 24~26도를 유지하는 것이 무난하다.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은 수면제 복용으로 불면증을 해결하기도 한다. 수면제를 짧은 기간 사용하면 효과적이고 손쉽게 불면증을 해결할 수 있다. 장기간 사용하면 의존도가 높아질 위험이 있다.

수면제 사용은 단기간으로 하고 올바른 수면습관을 익혀야 한다. 정석훈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수면제는 의존성 있는 약물이고 ‘약을 먹고라도 잠을 자야 한다’는 심리적 의존이 약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요인”이라며 “수면제 사용 시 몽유병이나 낙상을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김병성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조경환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정석훈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