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인 진술만 믿고 '친모 지적장애'…"멀쩡한 사람 장애인 만들었다"

이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조카가 숨진 사건과 관련, 경찰이 피해자 가족의 2차 피해를 예방한다는 명분 아래 내부 함구령을 내린 가운데서도 미확인된 정보를 밖으로 흘려 오히려 2차 피해를 초래하는 결과를 냈다.

11일 전남 나주 경찰에 따르면 사건 발생 직후 이모의 학대로 숨진 B군의 어머니가 지적장애가 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애초 용의자 A(25·여)씨는 정신지체 3급에 정신병력이 있고 B군의 어머니도 지적장애인으로 알려졌으나, 확인결과 어머니의 지적장애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 발생 초기 주변인으로부터 B(3)군의 어머니도 지적장애라는 진술이 나왔지만, 친모는 장애를 판정받은 바 없는 것으로 최종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어머니의 지적장애 여부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을 통해 외부로 새나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이다.

결국 아동피해 범죄의 2차 피해를 예방한다는 명분에 따라 부검을 통한 사인 규명 전까지는 주변 정황 진술도 꺼리는 경찰의 입에서 오히려 헛소문이 시작된 셈이 됐다.

경찰의 살인 혐의 적용도 성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은 조카를 목 졸라 숨지게 했다며 사건 발생 초기부터 '살인죄' 적용을 공언했다.

그러나 A씨가 조카를 때리고 간이 욕조에 머리를 담그는 등 학대해 숨지게 했다는 진술과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성급한 혐의적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대해 경찰은 A씨가 조카 살인의 고의성이 없었더라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밝혔으나 이 또한 무리가 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피해자가 죽음에 이르는 가능성을 예측하고도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을 증명해야 적용이 가능한 혐의인데 현재까지 나온 수사 결과상 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A씨는 욕실에서 B군을 폭행하고 욕조에 들이밀었다가 숨을 쉬지 않자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것으로 조사돼 학대로 조카가 숨질 가능성으로 인지했거나 적극적인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상태다.

나주시민 박모(61)씨는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경찰이 구체적인 조사도 없이 정보를 외부로 흘려 멀쩡한 피해 아동 친모를 지적장애인으로 오해하게 했다"고 "잘못 알려진 사실이 자칫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잘못된 진단으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나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pch8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