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일 이전 앞두고 사흘간 유품 '보존상자'로 옮겨 담아
"못지켜줘서 미안해" 유가족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위로


"이렇게는 못 보내. 안 치우면 안 되나요?"

20∼21일 이전을 앞두고 자녀들이 남긴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11일 단원고 2학년 '기억교실(존치교실)'을 찾은 유가족들은 안타까움에 눈물을 쏟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시간이 멈춰버린 기억교실은 2년여 전 모습 그대로였다.

아이들의 체온이 스민 책상과 의자, 사물함 등은 아직도 주인을 기다리는듯 변함없이 자리를 지켰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세월호 참사 이후 책상 위와 교실, 복도에 희생자를 추모 메시지와 꽃다발 등이 켜켜이 쌓였다는 정도다.

교실에 들어선 유가족들은 자녀의 책상 앞에 다가서자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엄마들은 남편을 붙잡고 가슴을 쳤고 "어떻게 좀 말려달라"며 오열했다.

책상 위에 놓인 자녀의 사진액자와 추모 글을 정리하다가 감정이 북받쳐 올라 책상을 치며 "못가못가"라고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쏟기도 했다.

2년 전 사고 대책본부가 차려졌을 때처럼 이날 기억교실은 또다시 비명과 오열로 가득 찼다.

2반 교실을 가장 먼저 찾은 고(故) 김수정 양의 어머니는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딸의 책상 옆 바닥에 주저앉았다.

책상 위에 놓인 딸의 사진이 담긴 액자, 음료수, 과자, 꽃다발을 보며 "이게 다 뭐야, 소용없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그렇게 살려달라고 불렀을 텐데…"라며 의자에 얼굴을 묻고 통곡했다.

이날 정리작업은 유가족들이 책상 위에 놓인 유품을 충격 완화용 '뽁뽁이'(에어캡)로 잘 감싼 뒤 자녀 이름이 적힌 보존상자(530X340X300㎜)에 옮겨 담는 식으로 진행됐다.

유가족은 주의사항을 듣고 아이들 흔적이 남아 있는 유품을 조심스럽게 상자에 옮겨 담았다.

"종이 기록은 노란 봉투에 담으시면 됩니다.

음료수나 사탕은 상자 안을 오염시킬 수 있으니 검토 대상 기록물 박스에 넣어주시던가 가져가 주세요"
김종천 416 기억저장소 사무국장이 주의사항을 말했지만, 유가족들은 누구 하나 책상 위 유품을 향해 선뜻 손을 뻗지 못했다.

고 남지현 양의 아버지는 책상 위 딸의 사진액자를 손으로 쓰다듬다 말고 고개를 돌려 촉촉해진 눈가를 훔쳤다.

옆에서 추모 메모들을 뽁뽁이로 포장하고 있던 지현 양 엄마도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20여 분 만에 책상 위 유품 정리를 마친 지현 양 부모는 '2학년 2반 남지현' 이름표가 적힌 보존 상자 위에 국화 한 송이를 올렸다.

오열이 가득한 교실에서 유가족은 서로 부둥켜안고 슬픔을 나누며 위로하기도 했다.

남지현 양의 어머니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아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경으로 버텼는데 우리 아이 한 번 더 죽이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파요"라고 유품 정리에 나선 심경을 전했다.

이날 유품 정리작업은 2반과 8반 2개 반에서 이뤄졌다.

유가족 유품 정리작업은 13일까지 반별로 정해진 날짜에 진행된다.

김종천 사무국장은 "옮겨진 유품들이 상자 안에서 다른 화학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온도와 습도 영향을 덜 받도록 제작된 기록관리용 상자를 유품 보존 상자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부터 사흘간 유가족 유품 정리 일정을 짰는데 일찍 와서 정리하신 분도 있고 13일까지 편한 시간에 오셔서 정리하면 된다"고 했다.

지난 8일부터 시작된 4·16 가족협의회, 4·16 기억저장소, 자원봉사자들의 기억교실 기록물 정리작업은 이날도 계속 이뤄졌다.

15∼18일 책상과 의자 등 포장작업을 마지막으로 이전 준비작업이 끝나면 19일 단원고에서 추모행사(기억과 약속의 밤)가 열리고,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으로 이전 작업은 20∼21일 이틀에 걸쳐 이뤄진다.

(안산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gaonnu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