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이냐, 아동학대 치사냐…경찰 '살인 고의성 입증' 여부에 달려

20대 이모가 '화가 난다'는 이유로 3살 조카를 폭행과 학대 끝에 숨지게 한 믿기 어려운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아이의 사망원인과 이모의 살인 고의성 입증 여부가 주목된다.

11일 전남 나주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3살 조카를 살해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이모 A(25·여)씨를 조사한 결과, 물이 담긴 욕조에 5회가량 반복해 머리를 눌렀다는 추가 자백을 받아냈다.

전날까지 A씨는 "조카가 말을 듣지 않고, 설사 증세로 변을 침대에 흘리자 화가나 목을 졸랐다"고 진술해 사망원인이 경부 압박으로 인한 질식사로 추정됐으나 고의로 '익사'시킨 상황을 의심케 하는 정황이 나온 것이다.

A씨가 조카 B군을 지속해서 학대해 온 추가 정황도 나왔다.

B군은 팔에 깁스를 한 상태였는데 이는 A씨가 '말을 듣지 않는다'며 폭행하는 과정에서 지난 7월 B군의 팔을 발로 밟아 골절상을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또 B군을 양육해온 지난 두 달여 간 아무 이유 없이 화가 난다며 수시로 폭력을 행사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이날 경찰 2차 조사를 위해 압송되면서 과거에도 비슷한 행위를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네"라고 답해 학대가 비교적 오랜 기간 지속했음을 암시했다.

B군은 지난해 11월 23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나주지역 한 어린이집에 다닌 것으로 확인돼 이 아파트에서 A씨와 단둘이 산 기간은 두 달가량인 것으로 추정된다.

B군 친모는 여동생, 아들과 함께 나주에서 살다가 지난 6월 충북의 한 공장에 취직해 B군 양육을 A씨에게 부탁했다.

결국 B군은 지적장애 3급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분노조절 장애를 겪고 있는 A씨에게 맡겨져 양육되며 지속해서 학대를 받아오다 숨졌다.

경찰은 B군이 친모, 이모와 함께 살던 시절에도 폭행 등 학대를 받았는지 수사할 계획이다.

이유 없이 화가 난다는 이유로 때리고, 설사했다는 이유로 목을 조르고, 몸을 씻기다 구토를 했다며 욕조 물에 머리를 들이미는 이모 A씨의 계속된 학대가 B군을 사망에 이르게 한 셈이다.

A씨가 욕조에 B군의 머리를 수차례 밀어 넣은 직후 B군이 정신을 잃고 쓰러진 상황으로 미뤄 경찰은 '익사'를 유력한 사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이 '학대로 인한 고의성 없는 사망이냐', '조카를 살해하려는 고의성을 가지고 욕조 물에 머리를 밀었느냐' 중 어떤 방향으로 수사를 결론내느냐에 따라 '아동학대치사'나 '살인' 등 혐의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A씨는 검거 직후 "분노조절 장애가 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병 탓에 조카를 학대했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으로 추후 법정재판과정에서 고의로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부인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경찰이 부검과 증거로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A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

살인죄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지만, 아동학대치사는 사형이 빠진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 질 수 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성립한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나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pch8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