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집행유예…"자신 안위만 염려해 사건 은폐"

술 마신 친구가 운전하던 차에 탔다가 교통사고가 나자 친구를 도주시킨 경찰관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11일 법원에 따르면 김모(32)씨는 지난해 7월 16일 오전 5시께 경기도 고양 시내에서 장인의 벤츠 승용차를 운전하다 자전거 도로 펜스와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당시 김씨는 술을 마신 상태였으며 차 안에는 경찰관인 친구 김모(32) 경장과 A(26·여)씨, B(26·여)씨가 타고 있었다.

이 사고로 A씨와 B씨는 갈비뼈가 부러졌다.

그러나 김 경장은 A씨에게 "내가 경찰관이니 시키는 대로 해라"며 112·119 신고를 취소시키고 친구는 그냥 보냈다.

김씨는 A씨와 B씨가 부상을 치료하도록 돕지 않고 사고 현장도 수습하지 않은 채 달아났다.

A씨와 B씨는 행인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에게 김 경장이 부탁한 대로 "운전자가 누군지 모른다"고 진술했고 전치 6주 진단을 받아 입원했다.

경찰은 차적 조회를 거쳐 3일 후 김씨를 불러 조사하면서 범행을 자백받았다.

그러나 음주 수치는 측정하지 못했다.

결국 김씨는 뺑소니·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김 경장은 뺑소니 교사·도로교통법 위반 교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지난 5월 12일 김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김 경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김씨에게 사회봉사 200시간과 준법운전강의 40시간 수강, 김 경장에게 사회봉사 80시간을 각각 명령했다.

이에 김씨는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으나 오히려 형이 늘었다.

김 경장도 억울하다며 항소했으나 기각됐다.

의정부지법 형사1부(성지호 부장판사)는 지난 9일 김씨에 대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집행유예 없이 징역 8월을 선고했다.

김 경장의 항소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가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 종합보험에 가입하고 피해자들을 위해 1천10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이 인정되지만 술에 취해 교통사고를 일으키고도 다친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김 경장에 대해서는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들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경찰관인데도 자신의 안위 만을 염려해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고 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김 경장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지난 6월 파면됐다.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k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