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먹을라' 영양 급식, 음료 수시 제공…"두 시간마다 물 마셔야"

폭염 경보가 발령된 10일 오전 수원 조원고등학교 5층 3학년 교실은 아침부터 에어컨이 쌩쌩 돌아가고 있었다.

연일 이어지는 불볕더위로 아침부터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학생들이 교실에 앉아있기 힘들 정도여서 등교와 동시에 에어컨을 켠다.

한 공간에 남녀 학생 20∼30명이 모여 있어 에어컨 온도를 25∼26도에 맞춰도 열기를 식히기엔 역부족이다.

일부 학생은 연신 부채질을 했다.

무더위에 졸음을 견디지 못한 학생들은 교실 뒤편에 마련된 '키다리 책상'에 서서 수업을 들었다.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에 에어컨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집보다야 낫다고는 하지만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4시가 넘어 끝나는 수업시간 내내 에어컨을 마음 놓고 틀 수 없는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고 전력사용량이 넘어서면 에어컨 가동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능을 앞두고 전국 고등학교가 속속 조기 개학, 고3 수험생들의 '폭염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학교는 여름용 반소매·반바지 교복 또는 대체 복장 착용을 허용하는 가하면 학생 건강관리를 위한 영양 식단을 제공하며 '더위 극복'에 나섰다.

최근 개학한 전주시 내 한 여고는 교복 대신 시원한 '반소매 티셔츠'를 공동 구매해 입도록 했다.

제주 오현고등학교는 학생들이 일단 교복 차림으로 등교하고 나면 학교에서 맞춘 반소매 티셔츠와 반바지로 갈아입도록 했고, 창원시 의창구의 한 사립 고등학교도 올해부터 반소매 티와 반바지로 이뤄진 '생활복'을 도입했다.

이 고등학교의 3학년 교사는 "3학년은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도 사 입는 학생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등·하교 시간을 조정하거나 쉬는 시간을 늘려주는 것도 폭염에 대처하는 방안이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의 한 고3 학생들은 오전 7시 무렵에 등교해 오후 5시에 하교한다.

수원 조원고도 고3 학생들은 1시간 정도 앞당겨 등교한다.

조원고 교장은 "더워지기 전에 등교해 조금이라도 더 시원한 시간에 공부를 시작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동래고를 비롯해 상당수 학교는 낮 동안 찜통더위로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가 떨어지자 기존 50분 수업에 10분 휴식을 하던 것을 45분 수업에 15분 휴식으로 바꿔 수업을 진행한다.

점심시간 '특식'도 더위를 이겨내는 데 역할을 톡톡히 한다.

부산 K고는 점심 메뉴로 닭개장을, 또 다른 고교는 오리 불고기를 내놓았다.

전주지역 고교는 시원한 아이스크림이나 음료를 주는 횟수를 늘렸다.

학생들이 맘껏 에어컨을 켜고 끌 수 있도록 '통 큰' 결단을 내린 학교도 있다.

제주 오현고 관계자는 "교실 냉방은 교무실 등 관리실보다 훨씬 시원하게 해 아이들이 공부하는 데 지장이 없는 정도로 신경 써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교육청은 여름철 반복되는 찜통교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총 5억7천만원의 학교기본운영비를 추가 지원해 전기요금을 보전하도록 했다.

무조건 시원하게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자칫하다간 냉방병과 같은 여름철 질환에 시달릴 수 있으므로 '건강한 여름나기 수칙'을 유념하는 게 중요하다.

광주 광덕고 김종서 교사는 "장시간 에어컨에 노출되다 보니 학생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간혹 냉방병에 걸릴 수도 있어 건강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정수기에서 시원한 물을 공급하고 교실 환기를 자주 시켜주는 등 쾌적한 교실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규칙적으로 물을 마시고 제철 과일을 먹는 게 탈수 예방에 도움이 된다.

김범택 아주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더운 실내에 오래 있으면 쉽게 지치고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으므로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가동해 체온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며 "목이 말라야 물을 마시기보다는 두 시간에 한 번씩 물을 마시는 습관을 들이는 게 탈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실내온도는 24도에서 26도로 유지하고 빙과류보다는 수박, 포도, 참외 등 여름철 과일을 자주 먹어 미네랄이나 당분을 섭취하는 게 여름철을 건강하게 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종민 백도인 형민우 김선경 전지혜 이영주)


(전국종합=연합뉴스) young8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