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자사고 갈등 일단락…추첨 전 제출해도 1차 전형에 활용못해

올해부터 서울에서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에 지원하려는 학생들은 1단계 추첨 전이나 2단계 면접 대상자로 확정된 이후 중 아무때나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면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10일 2017학년도 서울 자사고 입학전형에서 1단계 추첨 전 자기소개서 제출 여부를 학생의 자유선택에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자기소개서 제출 여부를 둘러싸고 자사고들과 갈등을 빚은 것과 관련,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자사고 지원 학생은 추첨 전 자소서를 반드시 제출할 의무가 없도록 하는 데 자사고들과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추첨 전에 자사고 지원학생이 자소서를 제출하더라도 학교 측은 1차 전형 자료로 활용할 수 없다.

서울의 현행 자사고 신입생 선발은 1단계 추첨을 통해 1.5배수의 학생을 추린 뒤 2단계에서 서류와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뽑는 방식이다.

서울교육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17학년도 고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에서는 자사고 입시에서 온라인 원서 접수 뒤 추첨으로 선정된 면접 대상자만 자소서를 내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러자 자사고들은 '자사고 말살 정책의 일환'이라며 이같은 방침을 거부하겠다고 맞서 갈등을 빚었다.

자소서를 쓰면서 수험생들이 지원한 학교의 건학이념을 이해하고, 자신의 진로를 더욱 깊이 있게 탐색할 수 있으므로 자소서는 모든 지원자가 거쳐야 하는 필수 절차라는 것이 자사고들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교육청은 사교육 유발과 학교 행정력 낭비를 이유로 자소서를 면접 대상자들에게만 받아야 한다면서 자사고들이 승인을 요청한 입학 요강을 네 차례나 반려했다.

결국, 교육청과 자사고들은 입학공고 마감일인 이날 오전에야 입학전형 1단계 추첨 전에 자소서 제출 여부를 학생의 자유선택에 맡긴다는 절충안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교육청은 이번 합의로 교육부의 자기주도학습 전형 매뉴얼의 원칙을 지키고 교사와 학생들의 부담을 크게 덜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2017학년도 자기주도학습전형 및 고등학교 입학영향평가 매뉴얼은 지원자들이 제출한 서류는 2단계 면접 전형에서만 활용하고 1단계에서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교육청이 애초 3월 발표한 방침대로 1단계 추첨 때 자소서를아예 내지 말도록 한 것이 아니라 학생 선택에 맡기겠다고 한 것은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줄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소서 제출을 아예 금지하지 않는 한 학생 입장에서는 불안한 마음에 지원 단계에서부터 자소서를 제출하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1단계 추첨 전에 자소서를 제출해도 학교가 이를 전형요소로 활용할 수 없다"면서 "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는 중3 학생들은 본인이 준비되는 대로 1단계 추첨 전이나 2단계 면접 대상자로 정해진 다음에 자소서를 제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교육청은 학생들이 막연한 불안감에 미리 자소서를 제출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일지 않도록 중학교와 학부모들을 상대로 홍보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학생들이 1단계 추첨 전에 제출한 자소서를 전형요소로 활용하지 않도록 지도하고, 전형요소 활용이 적발되면 행정 제재 등을 가할 방침이다.

또한, 1단계 추첨 전에 자소서를 낸 학생이 2차 면접대상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에는 제출받은 자소서를 폐기하도록 각 자사고를 상대로 지도할 방침이다.

이번 합의에 따라 2017학년도 자사고 입학전형 요강은 교육청의 승인 절차를 거쳐 각 자사고 홈페이지를 통해 이날 중으로 공고된다.

이날 교육청과 자사고들 간 합의는 서울의 22개 광역단위 자사고 가운데 장훈고와 경문고를 제외한 20곳에 적용된다.

장훈고와 경문고는 면접 과정 없이 추첨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므로 자소서 제출을 요구하지 않는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