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소방관 "동기 10명 중 8∼9명은 체력시험 학원 다녀"
"악력 테스트·배근력 기구 등 요령 익혀야 고득점"

"악력 테스트도 요령이 있더라구요. 손가락 첫 번째 마디에 악력기를 딱 맞춰서 직각으로 힘을 줘야 해요."

공무원 시험이 인기를 끌면서 필기시험을 넘어 이젠 체력시험에까지 사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경찰·소방 공무원 체력시험 학원들이 기초 체력을 키우는 방법부터 점수를 잘 받는 '비법'까지 가르쳐 주다 보니 학원은 공시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지난 9일 오후 경기도 수원의 한 공무원 체력시험 학원 안은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땀을 흘리는 공시생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소방관 시험을 준비한다던 한 20대 여성은 윗몸 일으키기를 연습하며 강사에게서 1:1 코치를 받고 있었다.

이 여성은 "앞선 두 차례 시험에서 필기시험에 합격하고도 실기(체력)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못 따 떨어졌다"며 "부족한 운동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체력시험 학원을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방관 공채시험은 필기 75점, 체력 15점, 면접 10점으로 이뤄져 있다.

체력시험 배점 15점은 다시 제자리멀리뛰기, 좌전굴(앉아서 상체 앞으로 굽히기), 윗몸 일으키기, 악력 테스트, 배근력(일어서서 기구 손잡이 배 힘으로 당기기), 왕복 오래달리기 등 6개 종목으로 나뉘는데 각 10점씩 총 60점이 만점이다.

총점 30점 이상을 받지 못하면 불합격이고, 점수는 전체 응시자의 점수에서 상대평가해 계산한다.

체력시험 학원에 다닌 뒤 소방관 시험에 합격했다는 한 신입 소방관은 "시험 종목 중 악력기나 배근력 기구 등은 다른 곳에서 쉽게 접해 보기 어려운 기구라서 학원을 통해 고득점 할 요령을 많이 배웠다"며 "예컨대 악력 테스트는 예전 같으면 손아귀의 힘을 길러 테스트 기구를 꾹 누르는 게 다였다면 학원에선 악력기의 윗부분은 손가락 첫 번째 마디에 갖다 댄 뒤 직각으로 힘이 들어가게 누르는 방법 등 다양한 '비법'을 가르쳐준다"고 전했다.

그는 "학원에서 배운 게 확실히 도움이 됐다"며 "합격하고 나서 동기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10중 8∼9명은 학원을 거쳐서 합격했더라"라고 덧붙였다.

경찰관 공시생들의 체력시험 사교육 열풍도 마찬가지다.

경찰관 채용 시험은 필기 50%, 체력 25%, 면접 25%로, 체력시험은 100m 달리기, 1천m 달리기, 윗몸 일으키기, 좌우 악력 테스트, 팔굽혀펴기 등 5가지 종목으로 나뉜다.

종목별 10점씩 총 50점이 만점인 절대 평가다.

100m 달리기는 단기간 아무리 노력해도 잘 안 되어 기초체력만 키우고 시험에 응하는 경우가 많고, 1천m는 기준 시간을 통과하기가 비교적 쉬운 편이어서 '효자 종목'으로 꼽힌다.

그러나 악력 테스트와 윗몸 일으키기 등은 요령을 배우지 않고 시험을 보기엔 부담이 있다는 게 공시생들의 말이다.

체력시험 학원에서 만난 한 경찰관 시험 준비생은 "중국어를 잘해 외사 특채로 경찰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특채 응시생도 체력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며 "지난달부터 체대 입시 학원에 들어와 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노량진의 한 체력시험 학원에 다니고 경찰관 시험을 통과한 한 신입 여경은 "체력시험 준비를 위해 학원에 10일 정도 다니면서 요령을 익힌 뒤 피트니스센터에서 혼자 운동했다"며 "공시생들이 워낙 많이 몰리다 보니 수강생이 다 차서 제시간에 수업받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고 전했다.

한 공무원(체대)체력시험 학원 원장은 "연중 끊이지 않고 공시생들이 학원을 찾지만, 특히 필기시험이 끝난 뒤 한 달간은 수강생들이 엄청나게 몰린다"며 "과거엔 체력시험은 혼자 준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갈수록 체력시험도 학원에서 준비하는 공시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goa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