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사과·포도 등 과수 농가 피해…관리 '비상'

연일 불볕더위로 농작물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가축이 더위를 먹어 성장이 늦어지거나 폐사하는 것처럼 농작물도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농작물 피해는 과일 일소(日燒) 현상이다.

사과, 포도 등 과실 표면이나 농작물 잎 등이 강한 햇빛에 오래 노출하면서 화상을 입는다.

대표적 사과 생산지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히는 경북 안동시 임동면 마령리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문준식(36)씨는 최근 저녁 일기예보를 볼 때마다 속이 탄다.

폭염 예보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60대 후반의 아버지와 농사를 짓는 3만3천㎡의 과수원 사과나무 곳곳에서 일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해마다 피해가 일어나나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워서인지 그 면적이 넓다.

지난달 말 생기기 시작한 일소 현상은 밭 전체로 번지고 있다.

나무가 있는 곳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많은 경우는 1그루에 달린 열매의 8%까지가 피해를 보았다.

피해가 덜한 나무도 4% 정도나 된다.

불볕더위가 계속되면 수확량에 큰 영향을 끼칠까 걱정이다.

문씨 뿐 아니라 주변 사과 농가나 안동 와룡면 일대 포도 농가 밭도 비슷한 수준의 피해를 봤을 것으로 안동시는 추정한다.

일소 피해를 본 과수를 바로 없애지 않으면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농민들은 더위에 화상 입은 열매까지 제거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다.

강한 햇빛에 데인 과수를 제거하지 않으면 그 부분이 썩기 시작한다.

썩은 부분에는 탄저병균 등 병충해가 몰려들고 주변에 멀쩡한 열매로까지 번진다.

이 때문에 문씨 부자는 물론 주변의 다른 과수 농가는 연일 내리쬐는 햇볕 아래에서 한숨을 쉬며 화상 입은 사과를 따낸다.

폭염 피해는 과수뿐 아니라 채소 등 다른 작물에서도 발생한다.

콩은 고온의 날씨가 이어지면 꼬투리가 생기지 않거나 달리기 시작한 꼬투리가 떨어져 버린다.

잎이 메말라버리는 위조(萎凋) 현상도 나타난다.

또 고온으로 해충 부화 시기가 빨라져 노린재, 나방류 등도 급증해 작물에 손해를 끼친다.

안동시농업기술센터에는 매일 폭염과 관련한 일조피해 예방이나 병해충 구제법과 관련한 문의전화가 잇따른다.

안동에서 농사짓는 김모(51)씨는 "과수 등이 가축 피해보다 덜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자식이 병들고 말라가는 것을 지켜보는 심정이다"며 "폭염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지원책 등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상당수 농가가 불볕더위에 한숨을 쉬지만 작열하는 태양 빛을 반기는 농가도 일부 있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충분한 수량을 확보할 수 있는 댐이나 큰 강 주변 벼 재배농가이다.

벼는 섭씨 32도가 넘는 고온이 계속되면 도열병 발생이 많이 줄어든다.

도열병균은 32도가 넘으면 죽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안동 등 경북 도내 벼 농가들은 수확 때까지 태풍 등 재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올해 '대풍'이 들 것으로 기대한다.

참깨 농가도 비가 오지 않는 날씨를 반긴다.

수확량에 영향을 미치는 '청고병'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줄기가 말라 들어가고 잎이 떨어져 버리는 청고병은 수분을 매개로 번진다.

그러나 폭염 덕에 작물 주변에 수분이 줄어 청고병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농민들은 보고 있다.

조상열 안동시농업기술센터 작물기술담당은 "폭염 피해를 줄이는 방법은 작물에 따라 달라서 지역별 농업기술센터 등 전문기관에 문의한 뒤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lee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