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세관, 국산·외산 담배 141만갑 64억원 어치 불법 수출입한 7명 적발
보세운송허가 받고 운송과정 물품 바꿔도 속수무책…통관제도 '구멍'


지난해 크게 오른 담뱃값의 시세차익을 노려 정상 수출된 담배를 외국에서 싸게 구입해 국내에 대량 유통시킨 일당이 세관에 붙잡혔다.

이들이 허술한 통관·보세운송허가 제도를 악용해 밀수입, 밀수출한 담배 규모는 141만갑, 64억원에 달했다.

관세청 부산세관은 9일 관세법 위반 혐의로 조모(53)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박모(73)씨와 권모(53)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조씨 등은 2014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7차례에 걸쳐 필리핀에 정상 수출된 국산 담배 77만6천갑(35억원 어치)을 사 나무의자인 것처럼 선적서류를 꾸며 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부산항에 들어온 담배 상자를 대구의 한 보세창고에서 통관하겠다고 보세운송허가를 받은 뒤 담배를 트럭에 싣고 가던 도중 한 공터에 세우고 나무의자로 바꿔치기했다.

특히 이들은 전체 수입물품의 3.5% 정도만을 직접 검사하는 통관제도와 수입항이 아닌 다른 지역 세관에서 통관·수입신고절차를 받도록 허용하는 보세운송허가제도의 허점을 악용했다.

보세운송허가만 받으면 트럭에 실린 채 부산항을 빠져나온 담배 상자를 대구 보세창고로 옮겨지는 사이 바꿔치기해도 아무런 감시를 받지 않는 무방비 상태였다.

육각형 나무 상자에 꼼꼼하게 포장한 담배는 육안으로는 내용물을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

이들은 또 통관 위험 물품이 아닌 나무의자로 수입신고를 해 통관 당국의 검사를 피했다.

이들은 앞서 6차례에 걸쳐 나무의자로 속여 수입한 63만갑의 담배(28억원 어치)를 시중에 이미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담배소비세·지방교육세 등 제세공과금을 제외하고 외국에 수출한 국산 '에쎄' 담배를 1갑에 1천300원에 재수입한 뒤 국내 도매상에게 2천원에 넘겨 모두 20억원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유통된 담배는 도·소매상에게 몇백 원씩의 마진을 남기고 부산 국제시장이나 부평깡통시장 등지에서 3천500∼4천원(정상가 4천500원)에 최종 판매됐다고 세관은 밝혔다.

베트남에서 직물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박씨는 올해 1월 10일 베트남 현지에서 국산 담배 3만8천720갑(1억8천만원 어치)을 직물 의류 용품을 실은 컨테이너에 숨기는 일명 '심지 박기' 수법으로 밀수입을 시도하다가 세관에 적발된 혐의를 받고 있다.

권씨 등도 올해 2월 29일 아랍에미리트에서 영국산 담배 '맨체스터' 49만9천800갑(22억원 어치)을 부산항 보세창고로 반입한 뒤 한국에서 제조한 플라스틱 공구함이라고 거짓으로 수출 신고해 스페인으로 중계 수출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역시 조씨 등과 마찬가지로 아랍에미리트로 수출된 영국산 담배를 한국으로 우회 수입한 뒤 스페인으로 재수출해 차익을 남기려 했다.

스페인 정부가 한국에서 수입되는 물품에 대한 통관검사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었다.

부산세관은 지난해 담뱃값 인상 이후 시세차익을 노린 담배 밀수 첩보를 입수하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 이들을 적발하고, 달아난 국내 통관책 김모(57)씨를 뒤쫓고 있다.

관세청이 올해 상반기까지 단속한 담배 밀수는 모두 239건(180만갑)으로, 시가로는 69억원에 달했다.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win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