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단순 접촉사고 도주 이유, 뇌전증 연관성도 못 밝혀

지난달 31일 부산 해운대에서 발생한 '광란의 질주' 사고의 윤곽이 드러났다.

사고 발생 후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의 경찰 수사를 종합하면 가해 운전자인 김모(53)씨가 1차 접촉사고를 내고 그대로 도주하고 나서 교차로 3곳의 신호를 무시한 채 시속 100㎞ 이상의 속력으로 질주한 끝에 3명이 숨지고 23명이 다치는 7중 추돌사고를 냈다는 것이다.

김씨가 뇌전증(간질) 환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순간 발작으로 의식을 잃으면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추측이 나왔지만, 경찰은 사고 직전 뇌전증에 따른 순간 발작과 무의식 상태는 아니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가해 차량이 1차 접촉사고 후 차량 속도를 조절하면서 도주하고 현란하게 차선을 변경하는 영상을 확보해 이를 근거로 김씨에 대해 뺑소니 혐의를 추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그러나 음주나 마약 복용을 하지 않았고 무면허 상태도 아닌 김씨가 왜 뺑소니를 하고 광란의 질주를 했느냐는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김씨는 1차 접촉사고를 종합보험과 운전자보험으로 해결할 수도 있었다.

김씨는 피서철 주말을 맞아 교통량이 많은 해운대 신도시 교차로 3곳의 신호를 잇달아 무시하고 질주했다.

해운대에 오랜 기간 살아 사고지점 주변 지리에 밝은 김씨는 교차로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우회전해서 도주할 수도 있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1차 접촉사고의 피해가 경미하지만, 운전자가 순간적으로 당황해 일단 현장을 벗어나려고 무리하게 질주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할 뿐 남은 의문을 해소할 정황증거는 찾지 못했다.

뇌전증이 이번 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현재로선 정확히 알 수 없다.

신경외과 전문의들은 뇌전증의 유형이 많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의식을 잃고 운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경찰의 의견에는 대체로 동의했다.

사고 직전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운전한 뒤 사고 이후 일정 기간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경찰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운전자인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친구를 만나기 위해 울산에서 고속도로를 달려 해운대신도시에 진입한 뒤 기억이 없고 충돌사고 이후 정신을 차려보니 차 안에 있었다"고 진술했다.

김씨가 맨정신에 사고를 내고 감형을 받고자 '기억이 없다'는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김씨의 지병인 뇌전증과 관계없이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김씨가 뇌전증 환자라는 것과 이번 사고 원인에서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법정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c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