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제안…수원시·도 교육청 이견에 물거품

경기도교육청과 수원시의 불협화음 때문에 국내 최초의 게임 마이스터고등학교의 경기도내 설립 기회가 날아갔다.

수원시가 부지까지 제공하며 게임 마이스터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경기도교육청이 반대의 태도를 보이면서 문화체육부가 제안한 이 사업은 2년 만에 물거품이 됐다.

9일 관계 기관들에 따르면 2014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가 경기도, 도교육청, 수원시에 게임 마이스터고 설립을 제안했다.

게임 마이스터고 설립 사업은 문체부가 같은 해 4월 4일 문화융성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안이다.

국내 마이스터고는 전국에 47개교가 선정돼 운영중이며, 경기도에서는 수원하이텍고와 평택기계공업고 등 2개가 있다.

문체부가 제안한 게임 마이스터고는 게임 콘텐츠 산업에 필요한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다.

3년간 1천700시간 이상의 게임 분야 전문교육과 기숙사형 방과 후 심화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문체부와 3개 관계기관의 업무협약 체결, 도교육청이 교육부에 마이스터고 지정신청, 교육부의 선정심의 및 결정통보, 학교조성공사 등의 설립 절차를 거쳐 2018년 3월 개교할 계획이었다.

사업비도 문체부가 100억 원, 교육부가 5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경기도·도교육청이 300억원, 수원시가 50억원을 부담토록 했다.

처음에는 경기도교육청이 수원정보과학고의 게임 마이스터고 전환을 타진했다.

그러나 학생 수 감소와 교사 이직 등의 이유로 수원정보과학고가 반대하자 수원시와 도 교육청이 학교 신설로 방향을 틀었다.

사업이 진척이 없자 수원시는 유치성공을 위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권선구 고색동 산업단지 내 지원시설용지 1만4천720㎡(약 4천453평)를 게임 마이스터고 용지로 내놓았다.

이곳에 학년별 4개 반(80명)씩 총 12개 반 240명을 수용하고, 교과 동과 체육관, 실습 동, 기숙사 동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판교테크노밸리 내 게임 관련 기업의 전문가들이 학교에 찾아와 강의하고, 졸업 후에는 게임업체에 취업하는 내용의 협약도 추진했다.

그러나 이는 수원시만의 장밋빛 꿈이 됐다.

경기도교육청과 수원시가 사업 추진에 이견을 보이면서 결국 게임 마이스터고 유치에 실패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게임 콘텐츠 전문가를 수원에서 양성하면 게임 개발 분야 우수 인재를 확보해 경기도뿐 아니라 수원시에 엄청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무산돼서 너무도 아쉽다"면서 "수원시와 경기도교육청의 관점이 다른 것 같다"며 에둘러 경기도교육청에 화살을 돌렸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원시는 학교설립에 대한 권한이 없고 학교사업 지원만 가능하다.

도교육청의 반대 때문에 게임 마이스터고 유치에 실패했다는 인식을 수원시가 갖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재정 교육감이 특목고와 특성화고에 부정적이기 때문에 게임 마이스터고 설립 사업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 교육청은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게임 마이스터고 설립에 대해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했지만, 설립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게임 마이스터고로의 전환은 학교와 지역교육청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들이 현재의 운영체계를 희망해 (전환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체부가 학교설립에 대해 교육부와 사전에 충분히 협의를 하지도 않고, 예산부담이나 설립 후 운영비 지원 등에 대해 명확한 보장도 없이 일방적으로 지역교육청에 떠넘겼다며 문체부에 책임을 돌렸다.

이 관계자는 "게임 마이스터고가 교육적 수요에 부합하고 학교설립 여건에 문제가 없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면서 "예산부담 문제와 전국단위 학생 모집에 대한 법적인 문제에 대해 교육부와 정리를 안 해주고 먼저 학교를 세우라는 것은 앞뒤 순서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고 반박했다.

수원시와 경기도교육청은 결국 문체부가 제안한 게임 마이스터고 설립 사업을 접었다.

수원시는 학교용지로 제공하려던 산업단지 부지를 원래 목적대로 지원시설로 개발하기로 했다.

문체부도 수원시에 게임 마이스터고를 설립하려던 계획을 접고 전국 지역교육청과 학교를 대상으로 새로 공모를 통해 선정하기로 했다.

문체부는 지난달 17일 오는 2019년 게임 마이스터 고를 설립해 운영하기로 밝히고 올 하반기 교육부 공모에 신청한 시도교육청과 학교를 순회하며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해당 교육청이 교육부에 마이스터고 지정 신청을 하면 문체부가 지정심의를 받을 때 도와줄 계획이었다.

수원시와 도 교육청은 이 단계에도 오지 않았다"면서 "수원시나 도 교육청 어디에도 책임을 지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hedgeho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