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밝고 희망찬 젊음…2000년대엔 고단한 2030 담아내
최근엔 취업·아르바이트 등 힘든 현실서도 일상 소중히 여기는 세태 그려


젊은 여성 상담원에게 "목소리가 예쁘다", "주말에 뭐하냐"며 치근덕거리는 남성들. 상담원은 "네네 고객님 감사합니다", "네 고객님 저 바쁩니다"라고 의연하게 대처한다.

지친 퇴근길, 그는 "난 오늘 나에게 박카스를 사줬습니다"라고 말한다.

최근 론칭한 동아제약 박카스의 광고 '콜센터' 편이다.

9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1993년 자양강장제의 대중매체 광고 금지 조치가 해제되면서 새롭게 등장한 박카스 광고는 스타 모델을 쓰지 않고도 젊은이들의 일상을 그려 공감을 얻었다.

등장인물과 이야기 변천사를 따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국 사회 변화상이 엿보인다.

◇ "지킬 것은 지킨다"…밝고 희망찬 90년대 젊음
1998년 "젊음, 지킬 것은 지킨다" 광고 시리즈가 등장한다.

IMF 한파로 침체돼있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젊은이들이 활력을 불어넣자는 메시지였다.

유쾌하면서도 공익적인 이야기로 힘을 얻었다.

격한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 안에서도 "지킬 것은 지킨다"며 노약자석은 앉지 않던 청년, 징병검사장에서 눈이 나쁜데도 시력검사판을 외우고 "꼭 가고 싶습니다"라고 외치던 대학생 등은 건강하고 희망찬 젊은이의 모습을 담았다.

"오늘 첫 출근"이라는 청년에게 "뭐하는 회사냐"라고 묻는 과일가게 아저씨. "조그만 회사"라고 답하자 "크기가 뭔 상관이야, 가서 크게 키워"라는 격려가 돌아온다.

◇ "당신의 피로 회복제"…고단한 2030
2004년에는 직장인을 타깃으로 '피로가 풀리는 한마디' 시리즈를 내보냈다.

'야근'편의 주인공은 '성공한 직장인'이다.

밤늦게 미국 바이어와 통화 중인 주인공은 떠듬떠듬 사전을 찾아 힘들게 일을 성사시키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

순간 맞은편 건물에서 일하는 회사원에게 "어이∼힘냅시다"라며 격려를 보낸다.

2012년부터 방영된 '대한민국에서 ○○○로 산다는 것' 시리즈 중 특히 '대한민국에서 불효자로 산다는 것' 편은 뭉클한 감동을 줬다.

회사 엘리베이터 안에서 택배 배달을 하는 아버지와 마주친 직장인 딸. 초라한 행색의 아버지를 외면하고 사무실에 들어서니 책상 위에 '우리 딸 미안하다 빗길 조심히 오려무나'라고 쓰인 메모지와 박카스가 놓여있다.

아버지의 마음에 딸은 눈물을 흘린다.

퇴직 후에도 자리를 옮겨 여전히 일하는 아버지 세대와 그들을 제대로 모시지 못하는 자식들의 모습을 옮겼다.

◇ "나에게 주는 선물"…아픈 청춘을 위한 따뜻한 위로
올해 론칭한 광고의 또 다른 주인공은 아르바이트생이다.

'좋더라' 편에서는 한 여학생을 짝사랑하는 남자가 그녀의 이상형인 '기타 잘 치는 남자', '어깨 넓은 남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에피소드로 꾸몄다.

연애 역시 젊은이들의 주 관심사다.

이들은 취업과 아르바이트 등 힘든 현실 속에서도 일상을 소중히 여긴다.

그러면서 자신을 스스로 위로·격려하기 위해 박카스를 건넨다.

광고를 기획·제작한 SK플래닛 M&C부문 관계자는 8일 "틸리언 조사를 통해 청년들의 고민을 살펴봤더니 취업·진로뿐만 아니라 연애, 등록금, 부모와의 관계를 고민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외부에 묘사되는 만큼 그렇게 우울하지도 절망적이지도 않아서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을 풀어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년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상황을 소재로 활용해 청년층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noma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