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목서 해발 1700m 윗세오름까지 1시간 10분
9∼10월 시범 운행 후 문제점 개선, 내년 본격 운영


지난 4일 오전 9시 33분 해발 970m 어리목탐방로 입구. 전기 모노레일 2대가 출발했다.

전기 모노레일은 납작한 삼각형 모양의 주황색 견인차와 빨간색 철제 구조물 안의 운전석이 붙어 있는 구조다.

견인차 내부에는 견인 중량 500㎏의 모터와 배터리가 장착됐다.

뒤로 운전석과 똑같이 생긴 3인용 탑승대와 부상자 수송용 간이침대가 나란히 붙어 있다.

각 의자는 흔들의자처럼 자유자재로 각도를 조정할 수 있다.

이 모노레일의 궤도는 아래쪽에 톱니가 있는 5×5㎝ 크기의 정사각형 각관 구조로 돼 있다.

궤도는 하나뿐이지만 주행 중 넘어지거나 미끄러지지 않도록 안전하게 설계했다고 업체는 자랑한다.

5분쯤 지나자 갑자기 내리막 급경사가 나왔다.

계곡을 가로 지르는 나무다리 옆으로 내려가더니 이번에는 경사각 45도가 넘어 보이는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 모노레일의 최대 등판 각도는 45도다.

누구든지 무서움을 느낄만한 경사도다.

기자는 물론 함께 탄 이홍식(76) 전 제주도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장과 사진작가 강광미(72)씨는 모두 손잡이를 꽉 잡았다.

모노레일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정한 속도를 유지했다.

오전 10시 1분 '해발 1400m'라고 쓰인 표지석이 나왔다.

2분 뒤 숲 지대가 끝나고 사방이 탁 트인 사제비동산이 나왔다.

30분 만에 2.4㎞를 주행해 순수하게 고도 453m를 올라왔다.

모노레일은 샘터와 만세동산을 지나더니 갑자기 멈췄다.

운전자가 "위쪽에 비가 내리고 있다"며 우비를 나눠줬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더 가자 제법 굵은 빗줄기가 사방을 뒤덮어 시야가 좁아졌다.

우람한 백록담도 자취를 감췄다.

남한 최고봉 한라산의 날씨 변화가 실감 났다.

모노레일은 10여분 가량 빗속을 뚫고 가 오전 10시 45분 해발 1천700m 윗세오름 대피소에 도착했다.

어리목탐방로 입구에서 출발한 지 1시간 12분 만이다.

이홍식 전 소장을 비롯해 뒤쪽 모노레일을 타고 온 김창조 현 소장과 부정화 보호관리담당 등 탑승자 8명이 대피소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만 20년 넘게 근무한 부정화 보호관리담당은 "일반인의 등반 시간은 약 2시간인데 전기 모노레일을 타면 50분 정도 단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휘발유용 원동기가 끄는 이전 모노레일의 속도는 분당 40m로 일반인의 등반 속도와 비슷해 소음과 매연이 심하다는 민원이 많이 제기됐었다"며 "전기 모노레일의 속도는 분당 60∼80m여서 민원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전기 모노레일은 사제비동산에서 1시간 전에 출발했다는 등반객들보다 앞섰다.

다만 생각과 달리 소음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화석연료를 태우는 기계음은 아니지만, 철제 레일과 철제 바퀴가 맞물려 돌아갈 때 나는 소음은 어쩔 수 없었다.

개선점도 제기됐다.

의자 등받이의 높이가 낮고 안전벨트가 일자형이어서 안정감이 좀 떨어진다는 의견이 나왔다.

가림막이 전혀 없어 갑자기 비가 내리거나 추운 날씨에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됐다.

그런데도 백록담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하는 노인이나 장애인에게 전기 모노레일은 작은 소망을 이뤄줄 대안이 될 것이라는 점에 모두 공감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이달 말에 직원들을 충청북도 제천시로 보내 '청풍호관광모노레일'을 벤치마킹할 예정이다.

모노레일 제작사에는 문제점을 개선해주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내부적으로는 윗세오름에 모노레일이 회전해서 정방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추가로 레일을 설치하고, 모노레일 승·하차 시설도 할 계획이다.

9∼10월에는 전기 모노레일 6대를 갖춰 시범 운영을 한다.

내년에는 노인과 장애인 등 등산 약자들을 위한 특별 탐방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한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3년 동안 어리목, 성판악, 관음사 코스에 시설된 현재의 5×5㎝ 레일을 6×6㎝ 레일로 교체한다.

레일 교체로 안전성을 높이고 나서 궤도사업면허를 받아 5∼6명이 타는 관광용 모노레일을 상설 운영할 계획이다.

김창조 소장은 "몸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들은 한라산을 제대로 구경하기 어려웠다"며 "장기적으로는 레일을 두 가닥으로 늘려 안정성을 높이고 미관을 개선한 관광용 모노레일로 바꿔서 더 많은 등산 약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1997년 한라산 어리목코스에 모노레일이 설치됐다.

이 산악 모노레일의 애초 목적은 한라산 복구용으로 쓸 흙을 실어나르는 용도였다.

이후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에도 모노레일을 추가로 설치했다.

모노레일은 종종 한라산에 버려진 쓰레기 수거와 등반 중 발생한 환자나 조난자 구조에도 한몫했다.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kh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