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임원→시세조종꾼→브로커→증권사' 연쇄 불법거래

회사 자금 마련이 어렵자 시세조종꾼과 결탁해 주가 조작으로 거액을 챙긴 코스닥 상장사 임원, 시세조종꾼, 증권사 상무 등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 부장검사)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A사 상무 임모(44)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은 임씨와 함께 범행한 시세조종꾼 이모(46)씨, 브로커 강모(45)씨 등 6명도 구속기소하고, 가담자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A사 상무 임씨는 2012년 2월 회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주인수권을 헐값에 시세조종꾼 이씨 등에게 넘기고 주식 납입대금 49억원을 받아 회사 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신주인수권은 기업이 자본금을 늘리려는 목적으로 새로운 주식을 발행할 때 투자자들에게 주어지는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A사는 1997년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으로, 2011년 자본금 172억원, 매출 1천358억원의 금속·비금속 원료 재생업체다.

A사가 신주인수권을 발행했음에도 인기가 없자, 임씨는 시세조종꾼의 손을 빌리기로 했다.

임씨는 시세조종꾼 이씨에게 주당 2천740원으로 178만주의 A사 주식을 살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1억 4천만원에 팔았다.

이씨는 이 권리를 받기로 하기 직전인 2012년 2∼4월 '작업'에 들어갔다.

총 6천178회의 시세조종성 주문을 낸 결과 A사의 주가는 3천950원에서 5천400원으로 올랐다.

이후 이씨는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A사에 49억원을 주고 주식 178만주를 사들인 후, 76억원에 이를 팔아 27억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A사는 운영 자금 49억원을 챙겼고, 시세조종꾼은 부당이득 27억원을 챙기는 '윈윈 전략'이였다.

문제는 이 주식을 사들인 이른바 '개미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불법 거래였다는 점이다.

이씨 등은 주식을 장내에 대량 매각하면 주가가 하락해 이익을 챙기지 못할 것으로 우려해 브로커를 동원했다.

이들은 1억3천300만원을 브로커 강씨에게 주고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하기로 했다.

브로커는 한 증권사 상무 신모(50)씨에게 2천400만원을 줬다.

기관투자자인 한 자산운용사에게 A사 주식을 블록딜로 팔 수 있도록 돕는 대가였다.

기관투자자가 블록딜로 매수하면 이를 호재로 생각하는 일반투자자가 추격 매수에 나서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을 이용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시 한 번 개미투자자가 피해를 봤다.

검찰은 지난해 7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고 상장사와 금융기관 임원, 시세조종꾼, 브로커 등이 결탁한 비리를 적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고전적 시세조종 외에도 상장사와 비상장사의 자금조달과 관련된 구조적 비리를 적극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라며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 국세청,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예금보험공사 등 유관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p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