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왼쪽)이 지난 8일 주거빈곤퇴치 시민단체 해비타트가 마련한 전북 군산시 성산면 ‘해뜨는 마을’ 건설 봉사활동에 참여해 지붕 공사를 하고 있다. 이날 집짓기 봉사활동 현장에는 이현일 기자(오른쪽)가 동행했다. 한국씨티은행 제공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왼쪽)이 지난 8일 주거빈곤퇴치 시민단체 해비타트가 마련한 전북 군산시 성산면 ‘해뜨는 마을’ 건설 봉사활동에 참여해 지붕 공사를 하고 있다. 이날 집짓기 봉사활동 현장에는 이현일 기자(오른쪽)가 동행했다. 한국씨티은행 제공
주거 빈곤 퇴치를 위한 비영리단체(NGO) 해비타트가 전북 군산시 성산면에 조성 중인 ‘해뜨는 마을’ 연립주택 공사현장.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은 지난 8일 30도를 훌쩍 넘는 무더위 속에서도 함께한 은행 직원들과 땀을 뻘뻘 흘리며 쉬지 않고 공사장을 오르내렸다.

골조만 올라간 2층 건물 두 동에서 파란 조끼를 입은 50여명의 씨티은행 임직원 자원봉사자들이 서투른 손길로 집짓기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박 행장은 “공사 일이 서툴고 조직적이지도 않아 비효율적이지만 은행 직원 모두가 땀 흘리며 봉사활동의 의미를 몸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씨티은행 직원들은 대부분 자발적으로 휴가를 내고 이곳에 내려왔다. 박 행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씨티은행을 떠난 2000년대 초반 4년간을 제외하면 매년 2~3일씩 휴가를 내 전국의 집짓기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박 행장은 “올해는 2박3일 일정 중에 1박2일밖에 참여할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에 매년 참여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사회로부터 개인과 회사가 얻은 이익을 조금이라도 나눈다는 차원에서 예전부터 좋아서 한 일”이라고 했다.

박 행장은 다만 기업의 일반적인 사회공헌 차원을 넘어서는 강한 공공성을 은행에 요구하는 데 대해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사회 전체적으로 은행은 민간 기업이라기보다 공공재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이런 인식 때문에 은행 수수료 등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 수익률을 높이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한국씨티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이 국내에선 평균이지만 씨티그룹에 속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박 행장은 묵묵히 작업에 몰두하는 한편 직원 자녀에게 조용히 다가가 농담을 건네는 등 격의 없는 모습으로 공사 현장을 오갔다.

연말께 완성될 두 동의 주택에는 군산시청 등이 선정한 무주택 서민 가족이 ‘홈파트너’로 입주할 예정이다. 입주자들은 15년에 걸쳐 건설 원가를 상환해야 하며 해비타트 봉사활동에도 300시간 이상 참여해야 한다.

씨티은행은 1998년부터 해비타트 활동을 후원해왔다. 씨티재단과 한국씨티은행은 지금까지 해비타트에 28억5000만원의 후원금을 냈고 올해도 후원금 1억원을 희망의 집짓기 활동에 기부했다. 18년 동안 총 1300여명의 임직원이 자원봉사를 통해 전남 광양과 강원 삼척, 태백, 인제 등에 총 30가구의 주택을 짓는 데 참여했다. 이날 현장 옆에 완성된 두 동의 건물에도 씨티은행 직원들의 손길이 들어갔다. 이 건물에는 8가구가 입주해 살고 있다.

군산=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