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한국노바티스 수사 마무리…의약전문지ㆍ학술지 끼고 범행

학술행사 명목으로 접대하는 수법으로 의사들에게 수십억 원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다국적 제약사가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서부지검 정부 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단장 변철형 부장검사)은 자사 제품을 써달라며 25억 9천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 한국노바티스와 대표 문모(47)씨, 전ㆍ현직 임원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범행에 가담한 의약전문지, 학술지 대표 6명과 리베이트를 수수한 허모(65)씨 등 의사 15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의사들은 대부분 종합병원 소속으로, 의료계에서 담담 분야 여론을 선도하는 '키닥터(Key Doctor)'로 꼽힌다고 검찰은 전했다.

한국노바티스와 대표 문씨, 전ㆍ현직 임원들은 2011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거래 병원 의사들에게 25억 9천만원의 리베이트를 준 혐의를 받는다.

2009년까지 3년간 71억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해 과징금 23억원을 낸 이 회사는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람은 물론 업체와 의사를 모두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2010년 시행되자 더 교묘하게 의사들에게 뒷돈을 주는 방법을 고안했다.

한국노바티스는 의약전문지나 학술지 발행업체에 제품 광고비 명목으로 총 181억원을 건네 이들 업체가 호텔 등 고급 식당에서 좌담회 등 각종 학술행사를 열도록 했다.

학술행사에 초대받은 의사들에게는 '거마비'로 30만∼50만원씩 쥐어줬다.

의사들은 밥을 먹으며 둘러앉아 한국노바티스 제품의 효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었다.

겉으로는 의약전문지가 주최한 행사였으나 실제 참석자 선정, 행사장 안내, 거마비를 얼마 줄지 등은 한국노바티스가 결정했다.

한국노바티스는 의약전문지와 학술지 업체를 끼고 자문위원료나 원고료 등 명목으로 의사들에게 100만원씩 뭉칫돈을 건네기도 했다.

한국노바티스가 선정한 의사들이 1년에 한두 차례 형식적인 자문을 하거나 유명 학회지 번역을 하면, 의약전문지 등이 그 대가로 한국노바티스로부터 받은 돈을 주는 방식이었다.

한국노바티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4천552억원으로 다국적 제약사 가운데 두 번째로 많다.

검찰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리베이트 수수 의사의 면허정지, 한국노바티스의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고 수준의 윤리 경영을 강조하면서 의약품 거래질서 확립에 앞장서겠다던 다국적 제약사도 고질적인 불법 리베이트 제공 관행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리베이트 단속 활동을 지속해서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노바티스 크라우스 리베 임시 대표는 "일부 직원이 사회의 기대와 회사의 문화에 반해 규정을 위반한 점에 대해 유감"이라면서도 "이같은 행위가 경영진의 용인 하에 이뤄졌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리베 임시 대표는 "내부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미 개선 방안을 시행하고 있으며 검찰의 기소 내용도 면밀히 검토해 후속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a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