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여만에 한명꼴' 6년간 22명 사망…'안전 사각지대'

해마다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는 기계식 주차장이 '죽음의 주차타워'로 불리며 안전 사각지대란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고 있다.

201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6년간 기계식 주차장 사고로 전국에서 22명이 목숨을 잃었다.

기계식 주차장이 안전사고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은 지 오래됐지만, 부실한 규제와 관리소홀 등 안전수칙 위반이 개선되지 않는 것이 원인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올해 초부터 관계 법령을 개정해 관리인 배치 의무화, 관리인 안전교육, 안전점검 미필 주차장에 5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등 법적 조치에 나섰다.

▲ 사람 잡는 기계식 주차장…사고 나면 사망으로 이어져
지난 4월 29일 경기 하남의 한 오피스텔 건물의 기계식 주차장에서 차량 한 대가 주차장 밑으로 추락하는 사망사고가 났다.

승강기 문을 향해 차량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다 그대로 추락해 버렸다.

이어 지난 6월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부근 한 건물 주차타워에서도 주차 중이던 승용차가 8.5m 아래로 추락했다.

승용차 지붕이 주차장 지하 바닥과 맞닿아 찌그러지면서 운전자가 머리를 심하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지고 말았다.

지난해에는 4월 21일 부산 중구의 한 3층짜리 기계식 주차장에서 주차 관리원이 2층 바닥과 주차리프트 사이에 끼여 중태에 빠지기도 했고, 같은 해 1월 20일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 기계식 주차장에서도 승용차가 2m 아래로 떨어져 2명이 구조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전국에서 기계식 주차장 사고는 2010년 2건, 2011년 4건, 2012년 6건, 2013년 2건, 2014년 5건, 2015년 10건, 올해 6월 말 현재 6건이 발생했다.

사망자는 22명에 이른다.

이처럼 사고가 났다 하면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기계식 주차장은 검사를 제대로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계식 주차장은 현행 주차장법에 따라 교통안전공단 등 검사대행기관에서 최초설치 후 사용검사, 최초설치 3년 후 2년마다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국토부가 지난해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6월 말까지 전국에 설치된 기계식 주차장 2만7천868곳 가운데 14.5%인 4천32곳이 정기검사를 받지 않았다.

또 2010년부터 2015년까지의 기계식 주차장 사고 원인을 살펴보면 보수점검 과실이 9건으로 가장 많고, 관리자 과실 6건, 운전자 과실 4건, 기계 고장 3건 등 순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는 기계식 주차장이 4만7천835개가 설치돼 있다.

주차면 수는 62만9천638면이다.

서울이 2만560개로 가장 많고, 부산 6천518개, 경기 4천903개, 대구 3천103개, 인천 2천187개 등이다.

▲ 관리인 배치·50만 원 이하 과태료 부과 법령 개정
기계식 주차장 사고에 대한 심각성이 커지자 정부도 관계 법령을 개정해 사고예방에 나섰다.

국토부는 20대 이상의 자동차를 수용하는 기계식 주차장에 관리인을 두도록 주차장법령을 개정해 올 2월 12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기계식 주차장치의 조작 실수와 오작동, 관리인 부재 등으로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경기 하남에서 발생한 기계식 주차장 사망사고도 관리인이 자리를 비운 새벽 시간에 발생했다.

전체 기계식 주차장 가운데 20대 이상 기계식 주차장 비율은 27%를 차지한다.

나머지 73%의 기계식 주차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여전히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국토부는 그러나 20대 미만 소형 기계식 주차장은 대부분 2단식 또는 다단식이어서 기계 구조가 단순하고 주차면의 위치 등이 노출돼 있어 사고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

2단식은 2층 구조로 위·아래 또는 수평으로 이동하면서 자동차를 주차하고, 다단식은 2단식과 구조는 같지만 3층 이상으로 배치된 주차장치를 말한다.

국토부는 또 주차장법 하위법령에 기계식 주차장의 관리인 교육에 관한 규정을 신설해 지난달 말부터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기계식 주차장 관리인이 되려면 교통안전공단에서 기계식 주차장관리에 관한 안전교육을 4시간 이내에서 받아야 한다.

교육내용은 기계식 주차장 일반 지식, 운행 취급사항, 고장 등 긴급상황 발생 시 조치방법, 안전운행 사항 등이다.

관리인 교육 강화뿐 아니라 안전검사를 받지 않은 주차장에 대해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이전에는 기계식 주차장 사업주들이 안전점검을 받지 않더라도 이를 단속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었다.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가 안전점검 미필 주차장 사업주를 고발해 소송을 통해 벌금형을 내리는 방법이 있지만, 소송 기간이 오래 걸려 실효성에 문제가 있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가 안전점검을 받지 않은 한 오피스텔 기계식 주차장 사업주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벌금형을 받아 냈지만, 사업주가 항소하는 바람에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최종 확정판결을 받기까지 2∼3년이 소요되는 셈이다.

교통안전공단은 기계적 결함 등에 의한 사고보다는 관리인 부주의나 이용자 과실로 인한 인명사고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며 이용안전수칙 준수를 강조했다.

공단 안전지원처 차주엽 차장은 "차량 입고 전 동승자는 반드시 하차하고, 승용차 외에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가 이용할 수 있는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면서 "사용 중 오작동이 나면 본인이 수습하려 하지 말고 주차장에 부착된 비상연락망으로 관리인이나 유지보수업체에 연락해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계식 주차장 안전수칙만 제대로 지키면 인명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면서 "이용자와 관리인의 의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hedgeho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