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관심·지원 호소"…日 히로시마 前 시장도 참석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지 71년이 흘렀지만 원폭 피해자들에게는 그 날의 기억이 오늘처럼 생생했다.

6일 경남 합천군 원폭피해자복지회관 위령각에서 열린 71주기 한국인 원폭 희생자 추모제에 참석한 이수용(88) 할머니는 손수건으로 연신 흐르는 땀과 눈물을 닦았다.

이 할머니는 가족들과 함께 히로시마에 머무르던 1945년 8월 6일 원폭 피해를 보았다.

당시 금융계통 회사 직원이던 이 할머니는 "출근하자마자 '번쩍'하며 열 폭풍이 일어났다"며 "실신한 뒤 일어나보니 바닥은 피바다가 돼 있었고, 내 왼쪽 다리는 깨진 유리창 파편 때문에 출혈이 심했다"고 회상했다.

이 할머니의 부모, 오빠 등 가족 모두는 역시 피폭의 참사를 피하지 못한 채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이 할머니는 당시 사고로 현재도 다리가 심하게 붓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아 이날 폭염경보가 내린 찌는 듯한 날씨에도 다리에 두꺼운 압박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이 할머니는 "사람들에게는 71년 전 끝난 일이겠지만 우리들에게는 여전한 고통으로 남아 있다"며 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추모제에는 이 할머니 같은 원폭 1세 피해자들과 그 후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추도사는 일본 고위직 출신으로는 추모제에 처음 참석한 히라오카 다카시(平岡敬·88) 히로시마 전 시장이 맡았다.

히라오카씨는 "원폭을 투하한 미국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식민 지배와 원폭 피해에 대해 일본 정부가 사죄해야 한다"며 "현재도 후유증에 고통을 받는 피폭자들에 대한 원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강석진 지역구 국회의원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1시간여 동안 추모 공연, 묵념,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경과 보고, 추도사, 헌화 등 순서로 열린 추모제는 참석자들 사진 촬영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합천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k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