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올해 초 전면 보수공사를 한 뒤 재개장한 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에서 가장 큰 캠핑·아웃도어 매장은 ‘홀라인’이다. 홀라인은 1인 쇼핑몰로 시작한 캠핑용품 브랜드. 이 매장은 노스페이스 등 국내 대형 아웃도어업체 매장보다 1.5배가량 넓다. 신세계가 홀라인에 가장 큰 자리를 내준 것은 홀라인의 ‘감성 캠핑용품’이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경 홀라인 대표(33·사진)는 “대형 철제 텐트 등 획일적인 캠핑용품만 있던 국내 시장에 디자인과 기능이 특이한 제품을 선보인 것이 인기 비결”이라고 했다. 그는 “입점 두 달 만인 지난달에는 신세계 강남점 아웃도어 부문 매출 1위에 올랐다”고 했다.

2000만원 들고 베트남행

김 대표는 2010년까지만 해도 캠핑을 즐기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텐트와 의자, 테이블을 구입해 주말마다 캠핑을 다녔다. 강원 평창군에 있는 이승복 생가터 캠핑장을 가장 좋아했다. 그러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장비가 무거운 게 첫 번째 불만이었다. 무거운 장비를 들고 캠핑장에 도착해 장비를 설치하는 데 4~5시간이나 걸리는 것도 개선할 점 이었다. 일본 스노우피크 등 한국에 들어와 있는 브랜드 제품은 무거운 철제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장비를 운반하고 설치하는 게 힘들었다. 김 대표는 “여유를 갖기 위해서 도시를 떠나는 게 캠핑인데 장비 설치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는 게 아까웠다”고 했다.

불만은 항상 그렇듯 아이디어의 원천이 됐다. 그는 무거운 철제 장비를 가벼운 목재로 제작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또 좋은 캠핑용품을 캠핑족에게 소개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았다. 홀라인(www.hollain.com)을 창업한 계기다. 2011년 1인 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2000만원을 들고 베트남으로 향했다. 캠핑용품 제작에 쓸 물푸레나무가 많고 인건비가 저렴했기 때문이다. 목재 공장 아홉 곳을 둘러봤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설비와 재료를 갖춘 곳이 없었다.

김 대표는 “오토바이로 한 시간을 달려 열 번째 공장으로 향하던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열 번째 공장은 마음에 들었다. 물푸레나무가 충분했고, 설비도 비교적 괜찮았다. 그는 호주 유학시절 아르바이트로 목수 일을 한 경험을 살려 직접 샘플을 제작했다. 접이식 의자가 그의 첫 작품이었다. 2만~3만원 수준인 철제 의자의 다섯 배가량인 11만9000원으로 가격을 매겼다.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너무 비싼 것 아닌가 걱정도 했다. 이틀 만에 2000개가 팔렸다. 가능성을 봤다. 그해 김 대표는 의자로만 매출 2억원을 올렸다. 김 대표는 “가격이 비싸도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캠핑족 감성 공략 시작

[人사이드 人터뷰] '1인 쇼핑몰' 홀라인 김태경 대표 "바람개비만 1억원어치 팔았죠"
의자에 이어 테이블, 선반 등도 제작해 팔았다. 의자 테이블 2종과 선반으로 구성된 세트는 300만원에 내놨다. 소비자는 홀라인 특유의 차별화된 목제 용품을 과감히 선택했다. 회사가 잘나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성공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2년 하반기부터 대형 아웃도어 업체들이 비슷한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홀라인 디자인을 그대로 베껴 제품을 내놓은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자본력을 기반으로 한 가격 경쟁에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과감히 목제 캠핑용품 생산을 접었다. 새로운 곳으로 눈을 돌렸다.

그가 선택한 다음 목표는 소품이었다. 캠핑에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지만 캠핑족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것들이었다. 국내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해외 캠핑·아웃도어 브랜드 소품류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가장 인기를 끈 것은 미국 인더브리즈의 레인보 바람개비였다. 1만5000원짜리 바람개비는 2012년 말부터 약 1년 반 동안 1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김 대표는 “경기 포천의 백로주 캠핑장을 방문했을 때 500개가 넘는 텐트에 바람개비가 걸려있던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2014년 서울 상수역 인근에 단독 매장을 낸 뒤 다른 곳에서 쉽게 따라하기 어려운 독특한 디자인을 갖춘 제품을 직접 기획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상품이 우주인 옷에 쓰이는 원단인 큐빈으로 제작한 가방이었다. 이 제품은 42만원이라는 고가에도 제조한 200개가 모두 팔려나갔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우주복 소재로 제작한 제품이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발 빠르게 제품을 기획했다”며 “남들과 달라 보이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감성을 파고든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마케팅과 제품 홍보에도 감성을 입혔다. 사진과 제품 설명만 올리는 다른 온라인몰과 달리 홀라인은 동영상을 활용했다. 경기 파주의 한 수목원에서 홀라인에서 판매하는 소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찍어 홈페이지에 올렸다. 김 대표는 “제품 기능보다도 사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며 “매장에 와 ‘영상에 나온 제품을 달라’고 하는 소비자가 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해외 브랜드와 SNS로 소통

홀라인은 150여개 업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120개는 해외 브랜드, 30개는 국내 중소기업이다. 김 대표는 “올해 가장 큰 목표가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수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홀라인은 지난해 카페24를 통해중국어 일본어 영어로 된 온라인몰을 개설했다. 김 대표는 “2012년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동남아시아에 캠핑 열풍이 불고 있다”며 “캠핑용품과 의류, 소품 등 다양한 제품을 갖춘 한국 업체들이 공략하기 좋은 시장”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초경량 캠핑용품을 제조하는 헬리녹스를 눈여겨보고 있다. 그는 “세계 100대 캠핑용품 브랜드에 선정되기도 한 헬리녹스는 해외에서 특히 성과가 좋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주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해외 소비자와 소통한다. 홀라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8000여명이나 된다. 김 대표는 “국내 중소업체를 발굴해 해외 판로를 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여성 캠핑족을 공략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그동안 캠핑은 남성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홀라인 제품 구매 비중은 남녀가 5 대 5 수준”이라며 “여성을 겨냥한 제품을 개발하면 캠핑 시장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홀라인은 내년에는 제주도와 부산 등에 매장을 추가로 열어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캠핑용품을 개발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빛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