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근식 씨 "대학원 진학, 항공공학자 꿈 이룰 것"

"여러 사정으로 배움의 길에 늦게 들어섰지만 너무 늦었다거나 꿈을 포기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해 발사체를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항공공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
최근 모스크바물리기술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배움의 길을 열어준 배재대를 방문한 공근식(46) 씨는 5일 "주변 많은 분의 도움으로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며 "항공공학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공씨는 오는 9월 모스크바물리기술대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다.

충북 영동군 심천면이 고향인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고교를 중퇴하고 20년 가까이 수박농사를 지어 두 동생을 대학에 보냈다.

하지만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야학에 다녀 고졸 검정고시로 대학진학 자격을 얻었다.

그는 2004년 마침내 34살에 배재대 전산전자물리학과에 입학, 영동에서 대전까지 통학하며 배움을 이어갔다.

대학진학 후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과 도움은 흔들림 없이 공부를 계속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그는 말했다.

그의 은사인 배재대 박종대 교수는 과학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그에게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가서 더 높은 수준의 강의를 들어볼 것을 권했다.

그는 휴학하고 2년여 동안 카이스트 물리학과를 찾아 청강하면서 당시 박사과정이던 이수석 씨 등 3명으로부터 수학, 물리 등 공부에 큰 도움을 받았다.

공 씨는 배재대에 교환교수로 와 있던 고려인 러시아 교수와 연구원을 만나면서 또 한 번 전환점을 맞았다.

그는 "이들로부터 러시아어와 물리, 화학 등을 배우면서 발사체 등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러시아 유학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물리학 분야 유명대학인 모스크바물리기술대 항공공학과에 진학했고 1년의 예비과정을 거쳐 5년 만에 수석졸업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기숙사 생활을 하며 밤낮으로 공부에 몰두한 끝에 3학년부터 졸업 때까지 전 과목 A+를 받았고, 졸업논문인 '화학변화를 고려한 우주 발사체의 성능향상 계량화'도 최우수평가를 받았다.

공 씨는 "모든 수업을 스마트폰으로 녹음한 후 수십 번 반복해서 듣고 필기와 구술시험으로 나눠 진행되는 중간·기말고사도 철저히 준비했다"며 "한국인으로서 몸에 밴 스승에 대한 예의 바른 생활도 좋은 평가를 받는 데 한몫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만학도의 길은 러시아에서도 화제가 됐다.

러시아의 항공우주 격월간지 '자유로운 비행'은 지난 5월호에서 '염원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제목의 표지기사로 그가 걸어온 배움의 길을 소개했다.

그는 "대학원에서 우리나라가 극히 취약한 극초음속(hi-hypersonic) 분야를 공부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항공·미사일 분야 필수 기술인 마하 30∼100 미만의 플라스마 현상 연구에 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scite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