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의원 영장 기각, 노철래 전 의원 발부는 형평성 문제" 지적

주요 현역의원 선거사범과 기업 비리 사건 핵심인물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자 검찰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법원은 7월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국민의당 박선숙·김수민·박준영 의원과 롯데그룹 비리 관련자, 폭스바겐코리아 고위 관계자 등 5명의 구속영장을 연이어 기각했다.

검찰은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입장이다.

핵심 인물의 신병을 확보해 사건의 열쇠가 될 진술을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 어그러지면서 수사가 난관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특히 역점을 두고 재청구한 영장마저 기각되면서 검찰이 체감한 충격은 더 커졌다.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에 휩싸인 박선숙·김수민 의원과 공천헌금 수수 의혹을 받는 박준영 의원의 구속영장은검찰이 재청구했지만 법원이 모두 기각했다.

현역 국회의원 사건뿐 아니라 세간의 관심을 끄는 기업 비리 수사에서도 구속영장이 기각된 사례가 빈발하면서 검찰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세무조사 무마 로비명목으로 롯데케미칼에서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는 세무법인 대표 김모씨와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혐의를 받는 박동훈 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의 구속영장은 2일 기각됐다.

검찰에서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유사 사건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법원의 영장발부 기준을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검 고위 관계자는 3일 "박준영 의원과 유사한 혐의를 받는 노철래 전 의원은 1일 구속됐다"며 "법원이 현역 의원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껴 영장을 기각한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원이 제대로 된 기준을 갖고서 영장청구를 심사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노 전 의원은 지방선거 당시 공천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지난 1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의해 구속됐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노 전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한 뒤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노 전 의원도 박 의원처럼 공천헌금 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노 전 의원이 챙긴 것으로 조사된 금품은 1억2천500만원으로, 박 의원의 혐의 액수인 3억5천300만원보다 2억여원 적다.

노 전 의원은 혐의를 일부 시인하고 받은 금품 일부를 돌려준 반면 박 의원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더 크다는 게 검찰의 강조점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이런 점 때문에 박 의원에게 세번째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있다.

검찰쪽에서는 또 법원이 영장심사 단계에서 너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게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통상 형사재판에선 범죄사실을 확신할 수 있을 정도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지만 영장 단계는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추측할 수 있는 소명이 이뤄지면 되는데도 법원이 '재판 과정의 반대신문 기회'를 언급하는 등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검찰쪽에서 나온다.

또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가 사건 관계인과 통화를 하거나 입을 맞추려는 정황까지도 폭넓은 방어권 보장으로 인정해 구속 사유로 판단하지 않은 점도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잇단 구속영장 기각은 검찰의 무분별한 영장청구 때문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검찰이 혐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 탓이지 법원의 판단 오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정해진 구속영장 발부 기준에 맞춰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판단 해 기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