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질병'이 왜 다시 들끓나…결핵, 그 끈질김의 공포
주요 대학병원과 경기 광주시 어린이집 등에서 잇따라 결핵 환자가 나오면서 감염 확산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소아혈액종양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결핵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3일 발표했다. 지난달 15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가 결핵 확진 판정을 받은 지 보름 만이다. 경기 광주지역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도 결핵 확진 판정을 받았고 어린이집 원아 20명에게서 잠복 결핵이 확인되기도 했다.

한국은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결핵 발생률이 가장 높다. 1996년 OECD 가입 후 결핵 발병국 1위라는 오명을 계속 쓰고 있다. 발생률로 따지면 중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후진국병’이라고 불리는 결핵을 아직도 퇴치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높은 인구밀도 등이 결핵 퇴치 걸림돌

결핵은 기침으로 공기 중에 배출된 결핵균이 폐, 림프절, 척추 등 몸속에 침투하면서 나타난다. 전체 결핵 중에 약 85%는 폐에서 발생하는 폐결핵이다. 결핵 환자에게 노출된 사람 중 30% 정도가 결핵에 걸린다.

국내에서 결핵이 창궐한 때는 1950년대로 추정된다. 6·25전쟁 때 부산에 모인 피란민 사이에서 결핵이 크게 유행한 뒤 전국으로 퍼졌다는 것이다. 이후 급격하게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영양 상태가 좋아졌지만, 과거 결핵 감염 병력을 가진 기성세대는 여전히 많다. 인구밀도가 높아 접촉이 많은 것도 결핵 환자가 줄어들기 어려운 환경으로 꼽힌다. 이렇다보니 경제 수준이 좋아지는 것에 비해 결핵 퇴치가 늦어졌다는 분석이다.
'6·25때 질병'이 왜 다시 들끓나…결핵, 그 끈질김의 공포
◆정부의 안일한 대처도 한몫

의료계 일각에서는 국민건강보험 시대가 열린 1989년 이후 결핵 관리가 더 어려워졌다고 분석한다. 그전까지는 마을별로 있는 보건소를 통해서 결핵 환자 관리가 이뤄졌다. 건강보험으로 병원비가 저렴해지자 환자들이 보건소 대신 병·의원을 찾기 시작했다. 마을 단위 조직적인 관리가 어려워져 결핵 퇴치에 걸림돌이 됐다는 것이다.

정부의 대처가 안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0년 이전까지 정부는 결핵 퇴치에 강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2009년 관련 예산은 124억원으로 올해 예산(393억원)의 3분의 1에 그쳤다. 정부는 대구 울산 등 중·고등학교에서 결핵이 집단 발병하자 2011년부터 연간 400억원가량을 결핵예방사업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1960년대에 시행한 잠복결핵 의무검진을 내년에야 도입한다. 고등학교 1학년생과 만 40세 국민이 대상이다.

'6·25때 질병'이 왜 다시 들끓나…결핵, 그 끈질김의 공포
◆반드시 입 가리고 기침해야

결핵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버스나 지하철, 비행기 등 사람이 밀집한 좁은 공간뿐 아니라 길거리에서도 반드시 입을 가리고 기침해야 한다. 결핵균에 감염된 사람 중에 10%만 병이 나타나고 나머지는 평생 발병하지 않는다. 심한 기침 등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스스로 결핵에 걸린 것을 모를 수도 있다. 최근에는 다이어트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에게 발병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수건을 나눠 쓰거나 음식을 함께 먹는다고 해서 전염되는 것은 아니다. 결핵으로 진단받았을 경우 6개월 동안 약을 먹으면 완치가 가능하다. 결핵 치료제 복용 시 구토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2주 정도 복용하면 증세가 호전되는데 이때 약 복용을 중단하면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려워진다. 박옥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장은 “전국 120여개 병원에 결핵 관리 전담 간호사를 둬서 복약 지도 등을 하고 있다”며 “지난달부터 결핵 치료제는 무료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를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