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火電·原電 77기 '디메틸폴리실록산'사용 여부 조사
해경, 울산화력에 이어 고리원전도 수사…"냉각수 배출 공정 같아"
발전업계 "당국이 구체적 기준 안 만들어 혼란" vs 해수부 "배출 자체가 불법"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가 유해물질인 디메틸폴리실록산을 방류한 사실이 적발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다른 발전소들도 같은 유해물질을 방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전국의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에 나선다.

정부의 이런 조치는 최근 울산해경이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의 유해물질 배출을 적발하는 과정에서 다른 발전소들도 같은 물질을 배출한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다만 발전업계는 정부가 해당 물질 배출과 관련해 구체적 규정을 만들지 않아 혼란을 키웠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해양수산부와 해경은 이 물질 배출 자체가 명백한 불법이라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법리 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고위 관계자는 바닷물을 냉각수로 활용하는 국내 화력발전소 53기, 원자력발전소 24기, 친환경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하는 복합발전소를 대상으로 유해물질 배출 여부 조사에 전격 착수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조사의 핵심은 발전소들이 울산화력처럼 온배수 거품을 없애는 소포제(거품 제거제)로 유해액체인 '디메틸폴리실록산'을 사용해 방류했는지 여부다.

산업부는 정부 차원에서 사용 중단을 지시한 지난해 8월 이후 각 발전소가 디메틸폴리실록산을 계속 사용했는지를 비롯해 이전에 같은 물질을 사용한 내역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다.

정부가 전국의 화력발전과 원전으로 조사를 확대한 것은 바닷물을 냉각수로 사용한 뒤 다시 바다에 배출하는 공정이 공통적이기 때문이다.

해안에 자리 잡은 발전소는 바닷물을 끌어들여 발전설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고, 이런 공정으로 따뜻해진 물(온배수)을 다시 바다로 흘려보낸다.

온배수가 방출되면 바닷물과의 온도 차이 때문에 거품이 발생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소포제를 사용한다.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은 해양환경관리법상 유해액체물질로 분류된 디메틸폴리실록산을 소포제로 수년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해경에 덜미를 잡혔다.

이 물질은 유해액체물질 중 'Y류'로 분류되는데, Y류는 해양자원이나 인간 건강, 해양의 쾌적성이나 적합한 이용에 위해를 끼치기 때문에 해양배출을 제한하는 물질이다.

약품이나 의료용 소재에 사용되기도 했지만, 많은 양을 섭취하거나 피부에 직접 노출하면 유해하다고 의학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해경은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이 2011년부터 약 5년 동안 500t가량의 디메틸폴리실록산을 45억t의 온배수에 섞어 배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도 2014년 상반기까지 디메틸폴리실록산이 함유된 소포제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디메틸폴리실록산이 해양배출 제한물질로 분류돼 있었지만, 기준치가 정해지지 않았다"며 "2014년 이후에는 이 성분이 포함된 소포제 사용을 전면 중단해 현재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영흥화력도 2015년 7월까지 매년 200t가량의 같은 계열의 소포제를 사용했고 부산에 있는 감천화력발전소는 1980년대 발전소 설립 당시부터 매년 100t가량의 디메틸폴리실록산 소포제를 2015년 5월까지 사용했다.

이밖에 한국남동발전 삼천포본부는 2015년 10월까지 연간 66t의 디메틸폴리실록산 소포제를, 한국동서발전 당진화력발전소도 2014년 이전까지 같은 계열의 제품을 썼다.

발전소의 한 관계자는 "디메틸폴리실록산의 유해성을 알게 된 2015년 8월 이전까지는 다른 발전소들도 소포제로 이 물질을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물질은 현행 규정상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어떤 장소에서, 어떤 시기에, 어떤 농도로 사용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기준을 정부가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발전업계는 '해양배출 제한물질'을 '해양배출을 제한적으로 할 수 있는 물질'이라는 뜻으로 해석한다.

반면에 해양 규정을 제정한 해양수산부는 "해양배출 제한물질은 배출을 원천 금지한다는 의미"라고 못 박았다.

해양수산부령인 '선박에서의 오염방지에 관한 규칙(해양환경관리법 시행규칙)'은 2008년 제정될 때부터 디메틸폴리실록산을 Y류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해수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디메틸폴리실록산은 해양배출을 금지하는 유해액체물질이 맞다"면서 "해양환경관리법은 이 물질을 해양에 배출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확언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울산화력의 유해물질 배출이 확인됐고, 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면서 "발전소 운영과 전력 공급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으로서 발전소들의 해당 물질 사용과 배출 현황을 파악하고자 전수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울산화력을 적발한 울산해양경비안전서도 정부 조사와 별도로 담당 구역에 있는 발전소를 대상으로 디메틸폴리실록산 배출 여부를 수사할 예정이다.

울산해경 담당 구역이 울산 전역과 부산 기장군임을 고려하면 고리원전이 모두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

현재 고리원전에서는 시운전 중인 신고리 3호기를 포함해 총 7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이밖에 화력발전소로는 울산화력 외에 영남화력발전소가 있지만, 영남화력은 노후 발전기를 2014년 폐지하고 '가스화 복합발전소'를 건립 중이어서 현재 가동 중인 발전기는 없다.

해경 관계자는 "발전소가 냉각수 배출 과정에서 유해물질을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에 공정이 같은 다른 발전소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면서 "이 수사를 통해 유해물질 사용이 만연했었는지, 혹은 특정 발전소의 문제였는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중 강종구 차근호 지성호 허광무)

(전국종합=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