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손주 향한 친정부모, 엄마의 애끓는 외침

"아기, 아기, 아기, 어떡하나.

"
친정 엄마와 출가한 딸은 사고로 목숨을 잃기 직전까지도 자신의 목숨보다는 어린 아기들을 보호하려고 했다.

2일 오후 12시 25분께 사고가 나기 직전 한모(64)씨 부부와 출가한 딸, 각각 생후 3개월, 세 살이 된 외손자 2명을 태운 한 씨의 차량은 평온했다.

한씨 부부는 경남 진주에 사는 딸이 손자들과 부산 친정을 방문하자 이들을 뒷좌석에 태우고 다대포 해수욕장으로 피서를 가는 길이었다.

부산 경찰이 이날 공개한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게 한다.

이 영상에는 사고 직전 17초간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영상 속 평온했던 차 안은 사고 14초 전, 운전자 한씨의 "차량이 왜 이렇냐"라는 외침과 함께 긴박함이 흘렀다.

차량 엔진이 '윙∼'하는 소리를 내며, 차체가 흔들렸다.

비명이 터지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할머니는 자신의 안위보다는 "아기, 아기, 아기"라며 손자를 챙겼다.

엄마 한씨의 "아기"라는 다급한 외침도 영상에 담겼다.

신호를 위반해 교차로에 진입한 차량은 크게 흔들리며 좌회전하다가 트레일러와 충돌했다.

충돌 직전 할아버지 한씨도 ""아기, 아기, 아기, 어떠하나"라며 안타깝게 울부짖는다.

부산 남구의 한 교차로에서 있었던 이 날 사고는 어린 손자 2명과 두 아이의 엄마 한모 씨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갔다.

외할머니 박모(60)씨는 큰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중 끝내 숨졌다.

박 씨는 숨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구급대원과 경찰에게 손자들의 안위를 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한 외할아버지인 한모 씨는 중상을 입고 현재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한씨는 현재 자신을 제외한 가족들이 모두 사망한 사실을 안 뒤 충격으로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싼타페 차량의 결함 가능성도 있는 만큼 국과수에 차량을 보내 정밀 조사하기로 했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rea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