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수당 놓고 복지·고용 장관과 논쟁…정부 "단호 대처"
6개월 만에 국무회의 참석…"중앙정부와 갈등으로 비쳐 안타깝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청년활동지원사업(이하 청년수당)에 대해 국무위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국무총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러나 "청년수당 집행을 강행하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국무회의 중 진행된 10분 가량의 청년수당 관련 설전에서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평행선을 달렸다.

청년수당 제도는 서울에 1년 이상 거주(주민등록 기준)한 만 19∼29세로 주당 근무시간 30시간 미만인 청년에게 최장 6개월간 월 50만원의 활동비를 현금으로 주는 제도다.

박 시장은 청년수당 추진 과정에서 접한 청년들 삶의 면면이 무척 힘들어 보였다며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 장관은 청년수당에 반대하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혔다.

정 장관은 "직접적인 현금 지원이 구직 활동이 아닌 개인적 활동에 사용되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이 장관도 "청년활동지원사업이 '유스 개런티'(Youth Guarantee)를 참고했다고 하는데, 유스 개런티는 그런 내용의 사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두 분 장관의 말씀이 참으로 실망스럽다"며 "서울시의 청년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교육훈련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고용부 장관 말씀대로 안정된 일자리를 보증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그래서 사다리를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청년들과 2년간 토론하며 함께 만든 정책이고 시범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책을 지켜보고 좋으면 채택하면 된다.

지방정부 기능을 무시하면 되겠느냐"며 "복지부와 협의를 해 실무적으로 합의했던 것 아니냐. 지금 정부가 못하게 하면 결국 사법부로 간다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했다.

서울시는 청년수당 대상자 3천 명을 이번 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서울시 발표 후 즉각 시정명령을 내릴 것으로 보여 양측 간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번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시장은 "정책 추진과 관련해 복지부와의 이견 등 중앙정부와 대립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청년을 보고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협조를 요청했다.

박 시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은 올해 2월 이후 6개월 만이다.

당시 누리과정 예산편성 문제를 두고 이견만 재확인했고, 현기환 전 정무수석이 박 시장에게 비난성 발언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편 국무회의가 끝난 뒤 보건복지부는 '청년수당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청년들에 대한 현금 지원은 실업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도 아니고 도덕적 해이 같은 부작용만 일으킬 것"이라며 "내용이나 절차에서 문제가 큰 만큼 서울시는 청년수당 사업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시가 청년수당 집행을 강행한다면 법령상 절차대로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며 "아울러 지자체의 선심성 사업의 확산, 법령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향후에도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이태수 기자 bkkim@yna.co.kr, ts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