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강도 높이거나 출입 제한 외 대책 없어"

"계곡 물이 어딨지?"

경기도 의정부시 '안골 계곡'은 의정부 도심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계곡을 찾아 멀리 갈 여유가 없는 수도권 시민에게는 최적의 피서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찾은 안골 계곡에서 물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다.

막상 안골 계곡 입구 표지판에서 진입로로 한참 걸어 들어갔지만 계곡 물은 잘 보이지 않았다.

안골 진입로와 계곡 사이에 상점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마치 스크린 도어를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계곡으로 접근하려면 천막과 콘크리트 구조물로 만들어진 상점을 통과할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보이는 계곡 물, 하지만 근처 앉을만한 곳에는 빠짐없이 평상과 좌대가 들어섰다.

이날 어린 두 자녀를 데리고 계곡을 찾은 유모(38ㆍ여)씨는 상점이 없는 곳을 찾아 산길을 더 걸어 올라갔다.

계곡 물에 발이라도 담그기 위해 식당에서 밥을 먹을까도 생각했지만, 메뉴가 대부분 보신탕이나 삼계탕으로 아이들에게 권하기 적절치 않았다.

음식값도 3인 기준 10만원이 훌쩍 넘었다.

약 1㎞를 걸어 올라가니 드디어 상점이 없는 구간이 나타났다.

그러나 동시에 계곡에는 '이 구간부터 계곡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는 표지가 붙었다.

결국 유씨는 자녀들과 함께 잠깐 계곡에 발을 담갔다가 '평상에 물이 튄다'며 항의하는 상점 업주들의 눈총을 이기지 못하고 1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안골 계곡 일대는 대부분 개발이 제한된 그린벨트 지역으로, 이곳에서 식당 등 영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또, 계곡 폭이 좁아 비가 많이 오면 근처에 있는 사람이나 시설물이 순식간에 휩쓸릴 수 있는 재해위험지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법 영업행위는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와 정부에서 손만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7월,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의정부시 직원 60여명이 중장비를 앞세워 철거 작업을 했다.

그 한 달 전인 6월 휴가철을 앞두고 공단이 계곡 앞 좌대 등 불법 건축물을 일제히 철거하도록 했지만 불과 일주일 만에 다시 불법 건축물들이 들어서자 시가 행정 대집행에 나선 것이다.

대집행은 지자체가 불법 점유 상점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처분이다.

포크레인 등을 동원해 강제로 구조물을 철거하고 철거에 발생한 비용을 업주에게 청구한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안골에서는 유명한 A음식점을 비롯, 각종 음식점이 성업 중이며 불법 시설물도 여전했다.

곳곳에 설치된 '냇가 자리 있습니다'는 현수막은 단속을 비웃는 듯했다.

이런 사정 탓에 의정부 시민에게 안골은 계곡이라기보다 식당가로 인식된다.

의정부 시민 박모(36)씨는 "의정부를 아는 사람이면 안골로 피서 안 간다"며 "안골은 외지인이나 중장년층이 보양음식 먹으러 가는 곳"이라고 말했다.

불법 구조물 설치와 철거와 재설치는 유명 계곡을 끼고 있는 의정부, 양주, 포천, 가평 등 경기 북부지역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하게 반복된다.

과징금을 부과해도, 구조물을 철거해도 계속 영업하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남양주경찰서는 운길산역 인근 북한강변 일대에서 불법 건축물을 짓고 영업하는 업주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 역시 5∼10년 이상 불법영업을 해오고 있다.

매년 남양주시가 단속해 300만∼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주말 하루 장사에 수백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장사를 멈출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한번 단속돼 과징금이 올라가면 가족, 친척으로 명의를 바꿔 영업을 계속한다.

지자체에서는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매년 강도를 더해가며 단속을 하고 있지만, 단속 후에도 다시 생기는 건축물들을 24시간 감시할 수도 없어 사실상 뾰족한 수가 없다"며 "처벌 강도가 강해지거나, 아예 계곡 출입을 제한하는 방법 외에는 근본적 대책이 없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jhch79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