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친 옷으로 갈아입고 면도까지…수갑 풀린 상태서 교도관 밀치고 도주

검찰 조사를 받은 우즈베키스탄 피의자가 구치감(간이수용시설)에서 달아났다가 5시간 40분 만에 붙잡혔다.

강요·협박 등 혐의로 지난달 25일 구속된 도주범은 대구지검 김천지청 구치감에서 수갑·포승줄이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교도관과 창살을 밀치고 도주했다.

그러나 김천시 평화동 골목길을 걸어가다가 주민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 구치감에서 도주
1일 오후 3시 58분께 경북 김천시 삼락동 대구지검 김천지청내 구치감에서 우즈베키스탄인 율다세브자물(31)이 달아났다.

그는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구치감에 돌아와 구치감내 수용거실에서 수갑과 포승줄을 풀어주는 순간 교도관과 창살을 밀치고 도주했다.

교도관 1명이 그를 검찰청사에 데려갔다가 구치감으로 데려온 직후였다.

김천소년교도소 측은 "구치감∼검찰청사 이동 때는 수갑과 포승줄을 모두 채우지만 구치감내 수용거실에 입감할 때는 모두 풀어주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김천지청을 찾은 한 민원인이 오후 3시 59분 112로 경찰에 신고했고, 김천교도소는 이보다 늦은 오후 4시 2분 경찰에 수배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천소년교도소 호송버스는 수형자들을 구치감에 내려놓은 뒤 김천지청 뒤편 주차장에서 대기하다가 수형자들이 구치감에 모두 돌아오면 버스로 10분 거리인 교도소로 호송하기 위해 구치감 앞으로 온다고 한다.

◇ 도주 이후 행적
피의자는 구치감을 빠져나온 뒤 인근 아파트를 배회한 것으로 아파트 폐쇄회로(CC)TV에 나타났다.

오후 4시 3분에 아파트로 들어간 뒤 4시 7분에 인근 달봉산(해발 300m)으로 이동했다가 4시 8분 다시 아파트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그 이후 행적은 묘연했다.

아파트 CCTV에 나타난 그는 연한 황색의 바지와 흰색 티셔츠 차림이었다.

그러나 검거 후 조사에서 산을 넘어 김천시청 쪽으로 이동한 뒤 옷을 갈아입었다고 했다.

도주 당시 미결수복인 연한 주황색 바지와 흰색 티셔츠를 버리고 검은색 반바지와 티셔츠로 바꿨다.

경찰 조사 중이라서 자세한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개인 주택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턱수염과 콧수염을 말끔하게 면도하기도 했다.

피의자는 지난달 25일 구속됐으나 아직 기소되진 않았다.

지난 3월 김천 시내에서 자국 동료(30)를 흉기로 위협하고 지난 6월 여자친구를 괴롭힌 혐의(강요 및 협박)를 받고 있다.

◇ 현상금 걸고 공개 수배
김천교도소 등은 헬기 지원을 했으나 경찰은 일몰이 다가온다는 이유 등으로 불가하다는 답장을 보냈다.

대구지방교정청은 현상금 500만 원을 내걸고 공개 수배했다.

도주범은 키 180cm, 몸무게 65kg의 날렵한 체격으로 진한 콧수염과 턱수염, 짧은 머리를 하고 있다.

도주 당시 흰색 티셔츠와 흰색 운동화 차림이었다.

대구교정청은 112 또는 대구지방교정청(053-230-5911∼2), 김천소년교도소(054-436-2191)로 신고를 당부했다.

경찰 250명, 김천교도소 교도관 200명, 검찰 전담팀 50명 등 500여 명을 동원해 피의자를 쫓았다.

김천지청 인근 일부 개인 주택 주민은 친인척 집 등으로 임시 거처를 옮기기도 했다.

달봉산을 수색하고 인근 아파트에 도주범 인상착의를 안내 방송하도록 조치했다.

◇ 5시간 40분만에 도주 끝
김천교도소와 경찰은 김천지청에서 3.5㎞가량 떨어진 평화동 모 아파트 주변에서 피의자를 붙잡았다.

평화동 골목길을 걸어가는 걸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평화동은 그가 구속되기 전에 살던 곳이다.

도주범은 경찰 조사에서 "산을 넘어 시내로 들어온 뒤 살던 평화동 모 아파트에 가던 중"이라고 했다.

서영일 김천경찰서 수사과장은 "도주범이 한국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 도주 경위, 경로 등을 자세히 조사하지 못했다.

신원을 확인한 뒤 통역관을 불러 조사하면 김천교도소 측에 신병을 넘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천교도소는 경찰 조사 후 피의자를 넘겨받아 자세한 도주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김천연합뉴스) 박순기 류성무 손대성 기자 parksk@yna.co.kr, sds123@yna.co.kr